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니 May 30. 2018

Two Little Bugs

우울한 친구와 함께 날아오르는 법

우울한 친구가 있으신가요? 

우울한 친구를 위로하려 하다가 나까지 우울해져 버린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그를 위로하는데, 쉽게 기분이 풀리지 않는 그에게 화가 나고, 좌절하게 되죠. 우울한 가족이나 연인이 있다면, 그가 단지 게으른 것일 뿐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를 돕는 것마저 포기하게 되기도 하죠.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드니까요. 



우울증은 이제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뤄져서 조금 더 익숙해지긴 했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우울증에 고통받는 사람들은 이해받지 못하는 어려움,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은 그를 대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곤 합니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한 우울증, 만약 주변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오늘은 호주의 일부 옆집 뉴질랜드 작가가 쓴, <Two Litle Bugs>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연히 동네 할인 서점에서 만난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움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왜냐고요? 궁금하시죠? 일단 한 번 읽어 보실까요?



"두 마리 작은 벌레가 나뭇잎에 앉아 있는데, 한 마리는 잎사귀 위에, 한 마리는 잎사귀 뒤에 있어."

유명한 Nursery Rhyme인 Two Little Dickie Birds와 같이 시작하는 이 책,  Birds 가 Bugs로 바뀌었네요. 첫머리부터 술술 읽힙니다. 라임도 좋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입체 책으로, 한 잎사귀에 사는 두 마리의 벌레가 주인공입니다.


"슬픈 파란 벌레가 말했어, 아, 가엾은 내 처지야.  여긴 그늘 때문에 너무 깜깜해. 잎사귀 밑이 아니라 위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서는 온 세상이 다  보이겠지"

"

주인공 중 하나인 파란 벌레입니다. 나뭇잎 뒤에 사는 파란 벌레는 항상 슬프고 우울합니다. 파란색이라 그럴까요? 영어로 Blue라고 하면 '우울한' 뜻인 거, 아시죠? 


잎사귀 위에는 빨간 벌레가 살고 있습니다. 파란 벌레의 신세 한탄을 들은 빨간 벌레는 파란 벌레를 잎사귀 위로 부릅니다. 

사다리를 보내 주기도 하고, 손을 내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란 벌레는 번번이 거절하죠. 못할 것 같아, 위험해, 다치면 어떡해 등등... 대신 빨간 벌레에게 자신이 있는 어둠 속으로 오라고 합니다. 와서 네가 나한테 말을 해줘, 외롭지 않게 해줘 라면서 말이에요.

"네가 내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게 어떠니? 니가 보이는 것에 대해 말해줘 봐."


그러나 빨간 벌레 역시 고집이 만만치 않네요. 파란 벌레의 하소연에도 내려가는 것은 사양합니다. 난 그냥 여기서 나뭇잎이나 먹겠다면서요.

그리고 정말로 나뭇잎을 다 먹어 버리죠!!!


드디어 파란 벌레를 덮고 있던 잎사귀가 다 없어졌네요. 파란 벌레는 이제 나뭇잎이 없으니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하네요. 걱정이 많은 벌레네요.

 


그러나 아침이 오고 해가 뜨자... 

드디어 파란 벌레는 처음으로 찬란한 일출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파란 벌레는 감탄에 말을 있지 못하죠.

그리고 번데기에서는 살며시, 나비가 된 빨간 벌레가 나옵니다.


두 벌레들이 햇빛 속으로 함께 날아가는 것이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인데요. 


이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이해인 수녀님의 <슬픈 사람들에겐> 이란 시였습니다. 

슬픈 사람들에겐 /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 마음의 말을 은은한 빛깔로 만들어/눈으로 전하고/가끔은 손잡아주고/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슬픈 사람들은/슬픔의 집 속에만/숨어 있길 좋아해도/너무 나무라지 말아요//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말고/가만히 기다려주는 것도 위로입니다//그가 잠시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대책 없이 울면 같이 울어주는 것도/위로입니다//위로에도 인내와 겸손이 필요하다는 걸/우리 함께 배워가기로 해요.


제가 이 책의 빨간 벌레에게 가장 좋았던 점은, 빨간 벌레가 파란 벌레를 위해 자신의 햇빛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부지런히 손을 내밀고, 조용히 파란 벌레를 위해 일을 하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 우울해하고 있던, 무언가로 오랜 슬픔을 겪고 있던, 이렇게 가만히 기다려 주는 인내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우리에게 소중한 그들이 슬픔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찾으려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가끔은 소중한 그들이 슬프다는 이유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의 기쁨을 포기하고 마는 일이 있잖아요. 


한편, 리뷰를 보면, "comfort zone" (스스로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라는 리뷰도 많네요. 아이가 파란 벌레던, 빨간 벌레던 읽으면 읽을수록, 스스로와 아이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 북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책, 최고의 어린이 책 상을 받은 이 책은 내용 외에도 장점이 많습니다. 책 전체가 읽기 편한 리듬감과 라임으로 쓰였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입체적 디자인,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단순한 그림체와 생생한 표정, 밝은 색채감이 디자인 어워드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이 책이 아직 출판되지 않았지만, <똑똑해지는 약>과 <레모네이드가 좋아요>가 북극곰 출판사에서 출판됐는데요. 곧 이 책도 한국에 소개되길 바라 봅니다.


이렇게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펴낸 뉴질랜드의 부부 작가, Rowan (작화)과 Mark (글) Sommerset 역시 한 폭의 그림 같은 삶을 삶고 있는데요.  Waiheke 섬이라는 곳에서 살며 아들과 함께 드림 보트 스튜디오라는 작업실에서 동화 작업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한 소개 비디오를 감상하세요.



마지막으로 이 책이 형식을 차용한 동요, Two Little Dickie Birds를 붙여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버전이에요.

2절은 창작인듯....


이상, 우울함에 대해 경쾌하게 쓰인 독특한 책, <Two Little Bug> 소개였습니다.

Title Photo by Valentina Dominguez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