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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Apr 08. 2021

너의 눈에 있는 세계

어린이의 아름다운 세상

버스 안에서, 어린이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했다.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가 끊기면 안된다고 했다. 


"옛날에... 엄마가 한 명 살았대. 그 엄마에겐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애를 정말 사랑했대."


아이는 이제 내가 이야기를 지어내면 으레 그게 자기 이야기인 줄 안다.


"그 애도 엄마를 사랑했어. 정말 사랑했대."

"어. 그 애도 엄마를 아주 사랑했대."

"그래서?"

"어... 그래서.. 엄마가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아이의 눈을 보면 막 아름다운 세상이 보였대."

"어떤 세상인데?"

"음...."


차창 밖엔 가을이 한창이었다. 그 날은 유독 더웠는데, 파란 하늘 아래 늘어선 나무들은 가을로 가는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우아하게 변덕스런 햇빛을 받아내고 있었다.


"어떤 세상이냐면...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빨간 색과 노란 색으로 변하는 세상이지. 그리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찰랑찰랑찰랑 흔들리면서, 눈으로 탬버린 소리를 듣는 것 같은 세상이지... 아이의 눈에도 엄마 눈에서 아름다운 세상이 보여?"


말할 게 없을 땐 마이크를 관객석으로 돌리는 게 최고다.


"응."

"어떤 세상이지?"

"아주 예쁜 꽃이 많이 피어있고, 치타가 사는 세상이야. 소녀 치타는 몸에 꽃무늬가 있어."

"그래? 소년 치타는 그냥 무늬가 있고 소녀 치타는 꽃 무늬가 있다고?"

"어."

"그래애. 어떤 꽃인데?"

"빨간 꽃도 있고, 초록 꽃도 있고, 모든 색깔이 다 있는데, 검정 꽃까지 있어! 엄마 세상엔 또 뭐가 있어?"

"음... 엄마가 보는 세상엔... 바닷가가 있어. 아주 맑은 강이 넓어지면서 바다로 들어가는데, 거기엔 밀가루처럼 아주 보드라운 모래가 있어. 그 모래 색깔은 금을 잘 빗어서 콩콩콩 찧은 것 처럼 예쁜 금색이고, 바닷물은 소다처럼 맑은 파란색인데, 레이스처럼 예쁜 파도가 살살 밀려 온대. 그래서 오늘처럼 더운 날엔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놀 수가 있대. 네 세상에도 치타들이 수영 할 수 있어?"

"어! 내 세상엔 호수가 되게 많아. 그리고 잔디도 무지개 색깔이야."

"그렇구나."

"그리고 치타 친척들은 거기 다 살아. 고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버스를 내렸는데, 어린이의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쁘고 뿌듯했다. 그런데 요즘 최애 동물은 치타가 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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