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가 세계에서 가장 쿨한 동네 3위에 올랐다. 재밌는 일이다. 90년대에 쿨한 동네를 꼽으라면, 아마도 강남 어딘가 번쩍이는 새로 지은 건물들이 즐비하고, 모든 것이 최신 유행과 고급품으로 경쟁하는 듯한 그런 곳이었을 텐데.
세계에서 가장 힙한 거리로 선정된 곳이 근처라 가 본 적이 있는데, 요즘의 쿨하고 힙한 것들은 이런 것인가 싶다. 오래된 것들로 직조된 거리에 점점이 피어난 새로운 것들- 한때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낡고 가난해진 것들 사이로 똑같이 가난하거나 젊거나 소수인들, 또는 그 모두에 속한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를 가져와서, 동네 전체가 계속해서 발란스를 조정해 온 그런 느낌.
그런 미감은 애정 어린 관찰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의 콘셉트로 꾸며진 화려한 공간이나 규모가 큰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것들은 사람을 한 번에 압도하니까. 그 자체의 힘에 빠져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평양으로 이어진 바다. 가로막는 것 없이 탁 트인 평야. 어느 어느 풍으로 조성된 건물이나 정원, 미술관의 한 공간 같은 것. 그런 뛰어나거나 위대한 것들은 나를 확장시키면서 또 잊게 해주는 면이 있다. 그런 경험, 아주 짜릿하다.
그런데역시 정이 가는 건 오밀조밀한 구석이다. 넉넉지 않지만 나름 신경 쓴 것. 어느 집 담벼락에 걸린, 예쁜 홍차 상자를 재활용한 화분이라던가, 아무렇지 않은 집에 깜찍한 캣 플립이 달려 있다거나, 지나가는 사람이 쓴 수제 마스크 (바느질이 삐뚤빼뚤하다), 누군가 가로수에 꾸며놓은 요정 집 같은 것. 발견할 때마다 마음에 송글송글한 즐거움이 맺힌다.
요즘은 여러 가지 히잡 패션에 눈이 간다. 섬세한 프린트의 히잡을 겹쳐 두른 것이나 뒤가 포니테일처럼 떨어지게 안에서 묶은 것. 옷 색과 맞춰 우아한 느낌이 들게 입은 히잡. 바람에 물결처럼 펄럭이는 긴 연보랏빛 히잡의 뒷모습. 가무잡잡한 피부에 하늘하늘 샛노란 히잡을 휘날리며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던 어떤 엄마. 얼마 전엔 트램에서 히잡 위에 알록달록 롤리팝 귀걸이를 하고 거기 맞춰 무지개색 프린트 치마를 입은 대학생도 봤다. 발목 높이 빨간 컨버스화와 귀여운 이목구비가 어울렸다.
그들의 환경이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지만 다들 나름 열심히 자기의 아름다움을 조금씩 표현하고 있다는 게 좋다. 이 모든 것이 허용되는 이 도시의 느슨한 자유로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