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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cellaneous Apr 15. 2022

공임비 아껴서 햄버거 사 먹자

미국에서 자동차 직접 고치기

"미스터 문, 너 타이어 교체하는 김에 우리가 점검 싹 했는데 너 브레이크 패드가 4mm 밖에 안 남았어, 교체할지 말지 생각해보고 결정해줘"


미국에서 중고차를 사고 몇 개월 타다 보니, 이상하게 뒷바퀴가 미끄러지는(소위 뒷바퀴가 털린다고들 하는) 현상이 자주 벌어졌다. 비 오는 날이나 눈 좀 쌓인 날에 조금 급하게 코너링을 하면 뒷바퀴가 미끄러져 이른 나이에 하늘에 계신 조상님을 일찍 만나 뵐 것만 같은 진귀한 경험을 찰나의 순간에 할 수 있었다. 결국 타이어만 교체한답시고 Belle Tire에 갔다가 가슴 깊이 북받쳐 오르는 생존 욕구에 힘입어 브레이크 로터와 패드까지 교체하고 나니 $900 가 증발해 버린 날, 정비사가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맨 위의 2518 은 18년도의 25주 차에 생산한 타이어라는 것을 의미한다. 타이어의 수명을 잘 확인하자


미국에서 자동차란 한국에서의 자동차와는 현저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크나큰 대륙에서 자동차가 없다는 것은 곧 시간을 땅에 버리고 다닌다는 걸 의미한다. 기본적인 생활양식이 자동차를 기반으로 해서인지, 걸어서 어딜 간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단순히 체력이 고갈되는 것 보다도 시간이 아주 많이 낭비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만큼 차가 생활에 매우 밀착되어있는 요소이지만, 유지비나 수리비를 투자할지 말지는 때때로 찾아오는 딜레마다. 석사과정을 밟는 2년이란 시간이 사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라 뭔가에 투자하기도 그렇다고 투자 안 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참 많은데, 그중에 하나가 자동차다. 


"얘를 2년 후에 팔면 얼마 일라나?"

"이거 안 고치면 팔 때 가격 방어 면에서 좀 불리하려나?"

"음,,, 이건 안 고쳐도 그만인데 놔두자니 언젠간 터질 것 같고"

"잠깐, 얘는 안 고쳤다간 자동차가 관짝이 될 것 같은데?"


이러한 생각을 끝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지갑을 열게 되고, 마지막으로 이르게 되는 결론은


"역시 돈이 최고야, 정말 부자 되고 싶다, 돈이 많으면 이런 걱정도 안 하고 살겠지?"


미국은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 수리비의 절반 이상이 공임비로 지출된다. 아래 Invoice는 냉각수 누수를 고치고 나서 지출한 $1,263 (2022.4.8 기준 한화 약 155만 원)에 대한 것이다. 

2번, 4번 항목에 보이는 'Labor'가 바로 내가 치를 떠는 공임비이다.

정비비가 이 정도 나올 줄 알고, 열심히 선배님께 차고를 빌리고 자동차 공구도 빌려서 DIY (Do It Yourself를 줄여 부르는 말)를 시도해보고 차 바닥 밑으로도 기어들어가 봤지만, 도저히 해볼 엄두가 안 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카센터에 맡겼던 건데, 결국 엄청난 출혈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차고 빌려서 차도 들어 올려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정확한 누수지점을 못 찾고 결국 포기



가장 간단했던 전조등과 브레이크등 갈기, 사실 이 정도는 DIY 축에도 끼기에 하찮은 수준이다.

반면, DIY에 성공해서 상당히 돈을 아낀 부분도 있다. 가장 쉬웠던 것은 전조등과 브레이크등 교체였다. 미국은 자동차 부품 구매 전문점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내 자동차의 연식, 브랜드, 모델명을 입력하고 찾고자 하는 부품을 검색하면, 내 자동차에 맞는 부품들만 필터링해서 보여준다. 생각보다 애프터마켓 (정품이 아닌) 부품들도 다양하고 정교한 편이라 잘 찾아보면 부품비도 꽤나 아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부품이 내 차에 맞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입력한 자차 정보도 나와있다. (왼쪽 상단)


누가 요즘 자동차 펑크 났다고 보험사를 부르나요?


그다음으로 쉬웠던 것은 자동차 펑크 수리이다. 한동안 펑크가 안나길래 "역시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라서 그런지 도로도 깨끗하구나"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며 살아간 지 6개월이 지나고 첫 펑크가 났었다. 부랴부랴 펑크 부위를 찾기 위해 비눗물을 뿌리기 위한 분무기를 사고, 펑크수리킷을 사고, 자동차용 에어펌프도 구매했다. 

그리고 2개월 후에 이번엔 카센터를 갔다 오는 길에 펑크가 나버렸다 (신이 존재하긴 하나요...). 뒷바퀴라서 방향을 돌릴 수도 없어서 결국 땅에 붙어서 작업했다. 비 오는 날이서 정말로 처참해지는 하루였지만, 잘 끝나서 나름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이런 것에 행복해해야 한다니...)





점화플러그를 교체한 날, 아래 보이는 4개의 부품은 점화플러그와 닿아있는 점화코일이다.

가장 어려웠던 건 점화플러그 교체였다. 인가된 힘을 가해서 점화플러그를 조이지 않으면 엔진 고장이 나기 때문에 인가된 힘을 넘는 외력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잠금이 풀리는 토크렌치가 필요한 작업. 결국 사서 한 번씩만 쓰고 그대로 고이 포장해서 다음날 반품했다. Thank you USA!!





아무튼, 미국에서 웬만한 자동차 정비는 스스로 하는 게 답이다. 고장이 났다면 먼저 고장 원인부터 찾아보고, 고치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유튜브에 검색만 해봐도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ow to replace the spark plug in vw cc"

"How to fix the code P2015 in vw cc"

"How to repair rear tire puncture" 


이런 검색어만 백번 넘게 검색해본 것 같다. 근데 생각보다 요긴한 영상들이 참 많이 있다. 한국에서도 시간만 넉넉하다면 웬만한 정비는 혼자서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도 든다. "야 우리 나중에 정비소 차려도 될 듯" 이라고 종종 선배와 농담을 하기도 한다.


결론, 공임비 아껴서 햄버거 사 먹을 고민 할 것도 없이, 제발 더 이상은 고장이 안 나길 빌어본다. 하지만 꼭 고쳐야 한다면, 최대한 내손으로 먼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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