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형 카메라 이미지 센서 청소하기
잘 쓰던 캐논 70D가 유명을 달리 한날, 나의 몇 년간의 사진 생활을 동반해줄 녀석이 필요했고, Ricoh GR3는 완벽하진 않아도, 내가 원하는 선택지였다. Ricoh라는 브랜드는 캐논, 니콘, 소니처럼 카메라에 관심조차 없는 대중들에겐 매우 생소할 수 있는 브랜드이다. 하지만 콤팩트 카메라의 작은 체구에 중급형 DSLR에 들어가는 APS-C센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 구입하고 4년 차가 돼가는 지금, 센서에 들어찬 먼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이번 여름에 미국 방방곡곡을 나와 함께 돌아다녔더니, 어느 날부터 후보정할 때 얼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GR3에는 전작에 없던 초음파 먼지 제거 기능이 탑재되었다지만, 이번엔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럴 때 렌즈 교환식 카메라인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는 단순히 렌즈만 분해해서 센서를 닦아주면 그만이지만, 렌즈 일체형 카메라는 카메라를 분해해야 할 수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jzrT5J7s7z8&ab_channel=HakbongKwon
사실 나도 센서 청소는 처음이라서, 평소에 챙겨보는 권학봉 선생님의 유튜브를 많이 참고했다. 앞으로 쓸 내용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을 내 카메라에 적용한 것뿐이니, 렌즈 교환식 카메라 유저라면 선생님의 영상을 참고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대부분은 센서 클리닝을 감히 스스로 시도해볼 생각은 안 하고 보통 제조사에 소정의 금액을 주고 맡길 것이다. 게다가 렌즈가 쉽게 분리되어 센서로의 접근이 비교적 쉬운 DSLR이나 미러리스가 아닌 일체형 카메라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당장 이런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어서, 이 악물고 DIY를 하게 되었다.
먼저 먼지가 어디에 얼마나 끼어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 사실 먼지청소를 결심할 정도로 사진에서 얼룩이 보일 정도라면 사실 알아보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Before & After 비교 차원에서라도 확인해보는 게 좋다.
조리개를 최소 조리개(가장 어둡게, F값이 올라갈수록 어둡다)로 설정, 센서 감도인 ISO는 가장 낮은 값(보통 100)으로 해두고, 노출이 0이 되도록 셔터스피드(대략 1~2초)를 조절한 후 새하얀 종이나 벽면에 대고 카메라를 흔들며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얻어진 RAW 파일을 Lightroom classic이라는 사진 보정 프로그램에 넣고, '얼룩 시각화'라는 기능을 이용하면 얼룩이 어디에 얼마큼 있는지 쉽게 알 수가 있다.
이제 얼룩이 어디 있는지를 알았으니, 얼룩을 본격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먼저 필요한 도구부터 장만해보자.
1. 블로워
2. 센서 클리너(솔루션)
3. 센서 클리닝 스왑
4. 브러시
여기다가 GR3 같은 일체형 카메라는 렌즈가 바디에서 분리가 안 되는 일체형 타입이니, 일일이 분해를 해주기 위한 소형 드라이버를 마련해야 한다.
블로워는 대단한 게 아닌, 손으로 먼지를 불어낼 수 있는 도구면 된다. 월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골라왔다. 브러시는 있으면 좋으나, 썩 정교한 것을 찾기가 힘들어 오히려 센서에 손상을 줄까 봐 사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센서 클리너 용액과 센서 클리닝 스왑이었다.
다행히도 Amazon에서 설루션과 스왑이 세트로 묶인 녀석을 13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센서 클리닝을 의뢰하면 4만 5000원이 드는 걸 생각하면 합리적인 소비다.
사실 분해하기 전에 먼지가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미국은 방에 카펫이 깔려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먼지가 휘날린다. 만에 하나 애써 먼지를 제거해두고 다시 뚜껑을 닫는 사이에 먼지가 한 톨이라도 들어가면 '말짱 도루묵'이다.
집에 방진 설계가 된 시설이 있을 리 만무했고, 나는 먼지가 생기기 힘든 습한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화장실에 따뜻한 물을 한 3분 정도 틀어놓으니, 적당히 습기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거울에 김이 서리고 어느 정도 공기가 축축해진 느낌이 들 때쯤 작업을 시작했다.
GR3의 전작인 GR2를 참고하여 분해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설계가 많이 바뀐 듯했다. 게다가 나사 길이도 제각각이라서, 어디서 뽑은 나사인지 표시해 두기 위해 위치 관계를 갖춰서 나사를 정렬해두고, 중간중간에 사진도 많이 찍어두었다.
어렵사리 뚜껑을 열고 나니, 머릿속이 까매졌다. 여기서부터는 어디서도 정보를 접한 적이 없던 영역이라 거의 직관에 의존해야 했다. 다행히도, 꼭 풀어야 할 나사 몇 개만 잘 제거해주니 이미지센서가 바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실 여기서부터는 극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혀 사진을 많이 찍질 못했다. 하지만 센서 청소 방법 자체는 일반적인 DSLR과 다를 게 없다. 먼저 블로워가 센서에 닿지 않도록 거리를 둔 상태에서 바람을 불어서 센서와 센서 주변 장치들의 먼지를 제거해줘야 한다.
블로워로 먼지를 어느 정도 날려주었으면, 이제 준비해둔 센서 클리닝 키트로 센서를 닦아줄 차례다. 센서 크기에 딱 맞게 나온 극세사 천 부분으로 센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번 쓸어준 후, 그대로 떼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가 주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저 빗자루 모양의 극세 사포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절대로 재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재사용하는 순간 먼지가 다시 묻는 수가 있기 때문에, 돈이 아깝더라도 두 번 수고하고 싶지 않으면 쓴 건 당장 버려야 한다. 그래도 재활용을 하고 싶다면, 렌즈 내부라든지, 주변 정도만 가볍게 닦아줄 수 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미러박스나 렌즈 마운트를 닦아주는 정도로 재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군대 가서 총 좀 만져본 군필자는 조립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라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카메라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조립을 마치고, 남는 나사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배터리를 넣고, 전원을 킨 후에 셔터까지 눌렀을 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나름 100만 원이 넘는 물건인데 망가지기라도 하면, 억장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작동까지 확인이 되었으니 이젠 청소가 잘 되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먼지가 제대로 제거되었는지 확인을 해줘야 여기서 작업을 마쳐도 될지 판단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원하는 수준만큼 먼지가 제거되었다. 사진 후보정을 할 때마다 계속 성가시게 하던 녀석들이었는데, 이젠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짜릿하다.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굳이 A/S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센서클리닝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