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utyshin Feb 19. 2023

생각

등가교환법칙

오늘 감수성이 예민하게 오르는 날이다. 병원 3교대를 시작한 나의 이유는 불면증이다. 어릴 적부터 남들보다 예민했던 난 잠을 깊이 잘 수 없었다. 감수성도 예민했고, 남들보다 마음이 약하다 보니 쉽게 상처를 받는 나였다. 어쩌면 웃음으로 내 겉모습을 포장했고  슬픈 내면에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웃기 시작했다. 

생각이 문득 든다. 10년 전 사별 후 불면증은 더 심해졌고, 한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인해 내 몸에 좋지 않은 방법으로 보냈었던 시간들도 있었다. 어느덧 나이

마흔 중반이 훌쩍 넘게 되어보니,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더더욱 생겨나기 시작한다. 사별을 통해 죽음이 어떠한지 남은 사람의 고통 또한 잘 알기에 늘 부모님과 내 아이 내 형제가 모두 건강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한 점들이 내가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된  이유이며 계기 이기기도 하고. 직업이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와 일을 할 생각 하니 건강과 부모님 건강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생긴다.


2년 전 아들이 뇌전증약 복용 후 괜찮아 주치의교수님과 의논하여 하루 딱 약을 끊었던 날 밤 경련을 바로 했을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부모로서 마음은 무척 아렸다. 미안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을 땐 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앞으로 그냥 평생 약을 먹자.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  고혈압 당뇨 환자들처럼 약 먹으면 된다고 했다.


사람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이 사람 사는 거라 생각이 든다.

나도 참 못난 딸이기도 하다. 내 마음을 잘 몰라주는 나의 소녀 같은 엄마에게 너무 서운해 처음으로 함께 살면서 한 달 동안 말도 안 하고 생활을 했었다. 그 한 달 동안 수많은 생각이 들었고,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밉다가도 가여운 마음 들고 설렘도 원망도 들다 언제 그랬냐듯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상대를 온전히 받아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막상 상처가 많아 외로움이 많은 아픈 엄마를 보면 마음이 너무 한없이 울컥거려진다. 무한한 사랑을 베푼 우리 엄마.  엄마란 단어만 들어도 내 눈에 눈물이 맺힌다. 한 달 동안 엄마 마음 몰라준 나였고 사람은 어쩌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이런 내 마음조차 글로 적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을 조금 이나마 엄마와 차근차근 대화가 된다면, 난 엄마와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대화 화법이 다르기에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게 안타 까울 뿐이다. 누구보다 난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다. 엄마가 없다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다. 건강이 최고 인듯하다. 오늘 죽음을 맞이할지 내일 죽음을 맞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표현하고 오늘 하루를 지내도 모자라는 시간들인 것 같다.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등가 교환의 법칙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 거 인지  감사하며 살고 싶다. 함께 할 수 있는 감사함에 조금 더 부지런해지는 2023년이 되어야겠다. 시간은 너무 귀중하다.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버린 지난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서 나의 미래를 위해 타이트하게 살지 않아도 되지만 무엇이 되려 하기보다 이 시간들의 의미를 충분히 누려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온함을 준 노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