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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09. 2022

비 갠 후


지난밤 손님 같은 가을비가

동그란 구슬 같은 무늬를 후드득후드득

나뭇잎에 그렸네


밤사이 찬서리 맞은  깊은 산은

새색시 머리에 쓴 화관 같은  울긋불긋 함으로 새초롬하게 고개를 늘어뜨리고


비 갠 밤하늘에는  청아한 보름달처럼 달이

도도하게 콧웃음을 


가을은 풍요의 계절

한여름 뙤약볕에 달군 벼와 대추나무는

알알이 여물어가고


여기저기 알록달록한 꽃들의 환호성에

무르익는 가을이 소리 없이 깊어가네


지난 며칠  발자국을 잃은  잦은 비에

려드는  쌀쌀함에 솜털 같이 몸을 감싸며

옷깃을 여밀었는데


산울음같은  단풍이 짙게 물들면

바람은 소용돌이치며  점점 거세어지겠지만


호숫가에  스멀스멀 피어나는 안개처럼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면


커피 향  좋은 따뜻한 찻집에서

손에 든 책을  읽으며 나는 정든 님을 기다리겠네


                    이미지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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