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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Sep 24. 2022

아름다운 날


한나절,  살랑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눈이 부신  가을 햇살 아래에 빨래를 널다가

구름과  나는 두 눈이 마주쳤네


고독 한 나는  구름에게 먼저  말을

나는 혜리인데 는 누구니 하고 물으니

구름은 멋쩍은 웃음으로 나는 독수리라며

답을 하였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세히 살펴서 보니

날카롭게 생긴 입부리와 발톱이 독수리를 닮기도 하였는데


구름 사이에 손가락을 대고 이리저리 모양을 만들어 우리는 장난을 치며 놀다가 짧은 작별을  

하며 안녕을 고하였네.


어제저녁  산책길에 만난 새파란 하늘은

새의 발자국 같은  하얀 구름이 물감처럼 점점이 뿌려져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뉘엿뉘엿 서쪽으로  해가 질 무렵  

저녁 준비를 하다가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에는

핑크빛 미소를  띤 액자 같은 노을이 빙글거리며

웃음을  흘렸네.


석양에 취한 나는 하던 일을 얼른  끝내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는데


   흩어진 노을은  말간  얼굴을 내밀고 

저 멀리에 별 하나가  눈을 찡긋하며 윙크를 보내네


가로등불 기댄 네모난 스피커에서는

귀에 익은 노랫소리가  촉촉하게 가슴을 적시는데


호숫가 둘레길을 걸으며 바라본 분수대에서는 

무지갯빛  영롱한 물줄기가  현란한  춤을 추었


깊어가는  밤,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온 서늘한  바람 한줄기에


카디건을 걸치며 에취 하고 재채기를 하였는데

창문을 꼭꼭  닫으니 성큼하고 가을이 다가왔네


초록색 나뭇잎은 다홍빛으로 엷게  물들며

드높아가는  하늘에 날씨는  화창하여 나들이하기 좋은 날에


어제도 좋은 날이지만 오늘은 더  좋은 날,

온 가족이 모여 주말의 행복을 꿈꾸는 프라이데이

아름다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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