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먹을수록 빠르게 흘러간다 누가 말했던가.
볼혹을 넘기자 그렇게 더디게 흘러가던 시간이
말 그대로 쏜살같이 지나갔는데
에어컨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었던 유난히 더운
여름이
무시 못할 절기 중 하나인 처서를 지나자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거짓말처럼
창을 넘는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은 창문에 얼굴을 걸친 채
곧 다가올 추석맞이 채비로 여전히 일렁이지만
맴맴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소리 저 멀리 사라지고
떼를 지은 고추잠자리가 파란 하늘 빨갛게 물들일 즈음
코스모스는 바람결 따라 한들한들 춤을 추겠지.
무덥던 여름은 지나가버린 기억처럼 아쉬움이 남지만
넓은 대지에 맑은 가을이 형형색색 수를 놓는다면
담너머 가지를 늘어뜨린 어느 집 탐스러운 대추나무처럼
내 가슴 한껏 부풀며 부러울 이 없겠네.
깊어가는 밤 어느덧 옛 선비 같은 청아한 가락 뽑아내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여보니
에메랄드빛 옅은 바다 짙은 옥색으로 변하 듯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