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혜리 Oct 02. 2023

노을 한 점의 행복


오늘도 눈을 비비며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서벅서벅 부엌으로 걸음을 옮겨 찻잔을 꺼내며

고개를 내밀어 창문 너머 바깥풍경을 살피니 


신선이라도 노닐 것 같은 자욱한 안개 같은 구름을  넋을 잃고 바라본 지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멀리 산등성이에는 다소곳한 노을이

부끄러운 새색시 같은 얼굴로  아침하늘을 물들였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만큼이나

하루하루 가을풍경은 달라져만 가는데


눈이 부시도록 환한 한가위에 뜬 휘영청 밝은 달은

양 떼를 지키느라 밤을 새운 양치기처럼


오늘 아침은 희미한 웃음 홀로 쓸쓸하다.


반절 나눈 사절지처럼 연휴가 긴 번 추석은 


탕국, 나물, 생선, 고기, 부침개를 먹으며

삼일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두 편 영화를 즐겼고


나흘째인 어제는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섯째 날인 오늘 큰아들은  일이 있다며

살던 으로 오후에 돌아간다 하는데


아직 이틀이나 남은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막내는 벙글거리는 웃음으로 고민을 하네.


거실에서 찻잔을 들고 나는 한동안 달을 쳐다보다

있던  자리로 차를 더 마시려고 되돌아오니


그 사이에 파도처럼 출렁이며 옅어진 노을은 

금세 무리를 이룬 새처럼 회색빛으로 물들었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소확행이라 했던가


나는 아침에 잠깐 본 노을 한 점으로

오늘 받을 복을  벌써 다 가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서를 지난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