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눈을 비비며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서벅서벅 부엌으로 걸음을 옮겨 찻잔을 꺼내며
고개를 내밀어 창문 너머 바깥풍경을 살피니
신선이라도 노닐 것 같은 자욱한 안개 같은 구름을 넋을 잃고 바라본 지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저 멀리 산등성이에는 다소곳한 노을이
부끄러운 새색시 같은 얼굴로 아침하늘을 붉게 물들였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만큼이나
하루하루 가을풍경은 달라져만 가는데
눈이 부시도록 환한 한가위에 뜬 휘영청 밝은 달은
양 떼를 지키느라 밤을 새운 양치기처럼
오늘 아침은 희미한 웃음 홀로 쓸쓸하다.
반절 나눈 사절지처럼 연휴가 긴 이번 추석은
탕국, 나물, 생선, 고기, 부침개를 먹으며
삼일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두 편 영화를 즐겼고
나흘째인 어제는 백화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섯째 날인 오늘 큰아들은 할 일이 있다며
살던 곳으로 오후에 돌아간다 하는데
아직 이틀이나 남은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막내는 벙글거리는 웃음으로 고민을 하네.
거실에서 찻잔을 들고 나는 한동안 달을 쳐다보다
있던 자리로 차를 더 마시려고 되돌아오니
그 사이에 파도처럼 출렁이며 옅어진 노을은
금세 무리를 이룬 새처럼 회색빛으로 물들었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 소확행이라 했던가
나는 아침에 잠깐 본 노을 한 점으로
오늘 받을 복과 행복을 벌써 다 가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