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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26. 2023

남편손은 약손



오래전 질병을 얻은 후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다.


그전에는 눈이 잘 안 보인다는 사람, 팔이나

어깨가 아프다는 사람, 몸이 아프다는 사람을

나는 이해를 하지 못하였는데


수술 후 너무 긴장을 한 탓일까


마흔도 안된 젊은 나이에 막연한 불안감으로

나는 어깨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많이 아플 때는 샵에서 마사지를 받기도 하였는데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끙끙 앓을 때면  


급체하여 아픈 손자 배를 내손은 약손 이라며 쓸어내리는 마디 굵은 할머니의 손처럼


퇴근을 한 남편은 " 어깨 주물러 줄게 이리 와봐"

라며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몸을 맡기면서도 떨떠름하였는데


자장가 없이 잠들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어느새  나는 남편손이 어깨에 닿아야 잠이 들었다.


금은 안마의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지압하듯 남편은 혈자리를 찾아 야무지게 어깨를 주무르는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은 누가 하였던가.


치기 어린 젊은 날, 자존심 강한 남자는 지천명을 넘길 때까지 한 고집을 하였는데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이 답답할 때면

 "기다려봐라 남자는 오십만 되면 꺾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내 친구는 말하였다.


그래서 오래 살고 볼 이라 하였던가.


마흔 중반에 이르자 고집 센 그 남자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세를 꺾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밤마다 내 어깨를 주무르고

기분이 좋은 날엔 청하지도 않은 욕실을 청소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어제도 남편은 이리 와봐 어깨 주물러줄게라고 말하였는데


남편손이 어깨에 닿자 나는 스르르 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병원에 갈 일이 생겼을 때 데려다줄 수 있는 사람이

나이 드는 부부의 모습이라며 

나이 많은 어느 연예인이 한 말처럼


우리 건강 잘 챙기며 오래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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