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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Oct 29. 2023

격세지감


누가 내 어릴  별명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차비 아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다닐 때 집에서 학교를 가려면 정거장에서  이십 분정도 버스를 타야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나는  차비를 아끼기 위하여 동네의 오빠들과 언니들을 따라 매일을 한 시간을 넘게 걸어 학교를 다녔다. 


산의 중반쯤 걷고 나면 일찍 집을 나서느라 배가 고팠는데 콩조림과 계란프라이가 든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 다시 뚜껑을 덮어 반쯤 남긴 음식으로 나중에 점심을 먹기도 하였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를 때도 나는 거의 버스를 타지 않았다. 친구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신작로를 따라 혼자 걸으며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 나를 두고 친구는 별명을 내게 붙였는데 그 별명이 바로 "차비 아껴"였다.


그렇게 모은 차비로 나는 집에서 전기세나 공과금 낼 돈이 필요하면 슬그머니 엄마 앞에  내놓았다


이번에 산 차는 막내의 영향이 컸다. 차에 관심도 없고 문외한이 내게 올해 중반부터 이차는 이렇고 저차는 저렇고 하며 내가 모르는 이름을 꿰며 아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장단점을 듣고 나서 내가 허락 (?)을 하여 우리는 차를 골랐다.


차 전시장이 있는 영업소에서 딜러는 올해부터 열풍이라던 내게는 챗 gtp만큼이나 생소한 거의 AI급인 명칭을 요목조목  설명을 하였는데 내차가 될 운명이었는지 몇 번 앉고 나니 핏이 맞는 옷처럼 몸에 착하고 붙었다.


새 차를 바꾸기 전까지 지금까지 탄 차는 십 년이 조금 넘었다.


초보운전자일 때는 경차를 탔었는데 십 년은 족히 더 탈 수 있을 만큼 깨끗한 차를 팔지 않고 아들이 취업을 할 때까지 새로 산 차와 함께 번갈아 타기로 하고  주차장에 파킹을 해 놓았다.


운전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던 내가 운전을 한지도 제법 되었다. 며칠 전 나는 질주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수목원에 드라이브를 다녀왔는데 차비를 아끼기 위하여 버스를 타지 않았던 옛 기억을 떠올리면서 부드러운 핸들로 운전을 하며 새삼 격세지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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