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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Nov 02. 2023

세차하러 간 날


차를 산 지 벌써 이주가 지났다. 지난주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다녀와서 그런지 벌써 구백 킬로 가까이 되었는데  밤에 도착하여 날파리떼가 붙은 데다 가죽시트 냄새도 완화시킬 겸 오늘은 세차장에 세차를 하러 갔다.


세차장에는 오전인데도 차가 가득하였다. 직원은 어떤 기관에서 차량 몇 대가 한꺼번에 들어왔다며 두 시간 이후에나 세차가 가능하다 하였는데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나는  큰길로 나왔다.


주차를 하고 나서 점심을 먹으면서 기다리려고 하였는데 양쪽에 메타세쿼이아가 심어져 있는 길 가장자리는 런치타임이라 그런지 빈틈이 없어  나는 오분거리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 지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밖으로 나왔다.


십일월의 날씨답지 않게 따뜻한 햇살 얇은 가을 바지와 검은색 반소매에 위에 걸친 가죽재킷 위로 쏟아졌다. 보도블록 곳곳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는 아직 새파란 채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있었는데  점심을 먹기 위하여 나는 천천히 걸었다. 


분을 걷다 보니 시청 앞에 이르렀다. 예담이라는 간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나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면이 있는 직원은 빈 좌석을 가리키며 나를 안내하였다.


내가 빈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창문을 등지고 앉자  그녀는 메뉴판을 내밀면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 물어보았다.  나는 늘 시키던 대로 장어덮밥을 주문하였는데 주방을 향해 내가 주문한 메뉴를 외친 그녀는  홀 중앙에서 서서 수건으로 컵을 닦기 시작하였다.


이곳은 집에서 가까워 가끔 점심때  혼자서 밥 먹으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 먹으러 막내와 함께 오는 곳이기도 한데 의자에 앉아서 보니 입구에서 보면 내가  왼쪽에 있고 오른쪽에는 미닫이문이 달린 다다미방이 있으며 홀을 중심으로 안쪽에는 주방이 있.


실내에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 몇이 식사 중이었다. 이곳으로 밥 먹으러 올 때 얼굴을 익힌 직원 한 명은 공무원이 유독 요구사항이 많다며 흉을 보기도 하였는데 수건으로 손을 닦고 기다리자 내가 문한 음식이 나왔다.


나는 천천히 음식을 음미하며 한 그릇을 비웠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거리로 나오자 햇볕은 한층 더 눈이 부셨다.


세차시간에 맞추어 스타벅스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릴까 하다가 집에서 좀 쉬다가 나오기로하고 나는 다집으로 들어왔다.


양치를 하고 나서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며 기다리다 지하에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나는 근처에 있는 세차장에 다시 갔다.


그녀가 말한 대로 마당에 가득하던 차는 빠져나가 곧 내차를 세차할 차례가 되었다. 나는 한 시간 후에 오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갔는데

캐모마일 한잔을 시켜놓고 밖을 내다보며 걷기에 참 좋은 화창한 날씨라 생각하였다.


찻집에서 기다린 지 사오십 분쯤 됐을까 내 휴대폰울렸다. 


왔던 길을 되돌아 세차장을 향하여 걷다 보니  가로수길 양 옆에 늘어선 연 노란 메타세쿼이아는 햇살 속에 일렁거리는데 세차장에서 세차한 깨끗한 차를 몰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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