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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Nov 02. 2023

달란트


코로나 시국에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여 집에서 일 년 반을 원격으로 수업을 하다 작년 가을부터 막내는  학교에 등교하여 나는 어찌 될지 몰라 여벌로 동복 바지를 한벌 더 구매하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 아침 등교를 하려던 막내는 교복 바지에 달린 지퍼 손잡이가 달아났다며 소동을 벌였다.


막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나는 바지를  얼른 가방에 넣어 전에 한번 가본 적 있는 수선집으로 향하였는데 차를 타고 십 분쯤 달리자 이층으로 된 상가가 나타났다.


상가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  일층으로 내려가니 아래층의 수선집은 없어지고 대신에  음식점이 들어서 있었는데 문이 열려있는 가게에 문의하니 이층에 수선집이 하나 더 있다 하여 나는 계단을 걸어 다시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의 미로 같은 길을 지나 왼쪽으로 한번 꺾으니 수선집이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보였다. 문을 밀고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다리미로 바지를 다림질하던 남자 한분이 나를 향해 어서 오세요라며 인사를 하였는데 는 가방에 담아 온 바지를 내밀며 아이가 입을  바지니 지금 수선이 안 되겠냐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내일까지 수선할 옷이 많이 밀려있다 하였는데 나는 내일 아이가  바지를 입어야 한다며 사정을 설명하자 그분은 지퍼 다는 시간은 삼십 분 걸린다며  내게 앉아서 기다리라 말하였다.


떨어진 지퍼를 뜯어내고 그가 미싱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몇 번 드르륵 소리를 내자 바지에 지퍼가 달렸는데 옷이 수선되자 그는 다시 다리미로 교복 바지를 다리기 시작하였다.


그가 막내옷을 다림질하는 사이에 어떤 여자 한분이 수선을 맡기려 안으로 들어왔다.  아는 사람인지 그는 그녀에게 내일 오후에 옷을 찾으러 오라  말하며 다시 다림질을 이어갔는데 옷을 다리던 그는  다른 곳에서 일하다 여기 일한 지는 십 년 정도 되었다며 평일오전에는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가르치고 이곳은 오후에 와서 헌 옷을 수선하여 원하는 대로 만들기도 하고 꿰매야 할 옷은 수선을 한다며 내게 하였다.


나는 다림질하는 그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속으로 혼자 감탄하였다. 그는 옷을 오래 입으려면 다림질을 자주  해주어야 한다며 내게 조언을 하였는데 그 말을 듣자 나는 달란트 이야기를 하며 사람은 제각기 재능이 다르지 않겠냐며 바느질 잘하는 우리 엄마처럼 나는 손재주는 없지만 미각이 있어 나름 음식은 잘하고 성격이 느긋하여 실수를  않는다며 대꾸를 해 보았다.  

 

그는 일리가 있다 말하였는데 옷이 다려지자 나는 가져간 가방에 다시 옷을 넣어 집으로 돌아왔다. 


손재주가 좋아 옷을 디자인하거나 수선을 잘하는 사람, 머리를 잘 만지는 사람, 기계나 차, 비행기 등 움직이는 물체를 디자인하고 고치는 사람.


또한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는 사람, 아픈 몸과 마음을 고치는 사람, 골치 아픈 송사를 잘 해결해 주는 사람. 


글을 잘 쓴다거나 그림을 잘 그리는 등


생김새가 다른 것만큼이나 재능도 각기 다른 것인데


이가 육십이나 조금 더 되어 보이는 그는 그 나이에 이를 때까지 옷 수선을 열심히 한 덕분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하였다.


우리나라는 대학 진학률이 팔십 퍼센트 이상 된 지 제법 되었는데 젊은이들이 남들 알아주는 직업이나 편한 일만 선호하는 요즘 현실에서 주입식 교육과 획일적인 잣대로 고유한 재능을 잃는 일은 없기를 옷 수선을 다녀오며 나는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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