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신이 인간세계에 어머니를 보낸 이유가 자신의 손길이 곳곳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눈 두 개와 마음을 준 것은 두 눈으로 보고 나서 생각하고 느끼라며 마음 하나를 더 준 것이 아닌가 한다.
여동생이 진급을 한 이후로 내 앞에서 얼굴색이 변하면서태도가 바뀌었지만 나는 이미 많은 사례를 경험하였기에 별로 놀랍지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나는나물이 많이 나오는 봄이 오면 동생에게 가져가라며 전화를 하였고 좋은 곳에서 음식을 먹고 나면 생각이 나 택배로 부쳐주었다.
알고도 모르는 척하며 지나가는 세월을 보내던 중
어느 날 나는 반신반의하며 동생에게 고민 한 가지를 털어놓았다.
그전에 동생은 내게 온갖 고민을 털어놓았기에
설마 하며 나는 의심을 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듣던 그녀는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후 사촌오빠의 비보를 듣고 그 소식을 전하였는데 동생은가는 길이니 함께 가자며 내게 기다리라 말하였다.
그날 나는 일찍 저녁을 먹고 동생을 기다렸다. 온다는 시간을 넘겼지만 오지 않아 전화를 하였는데 동생은 언니는 알아서 오라며 먼저 장례식장으로 떠났다.
남편은 다른 지역에 출장을 가 있어 언제 올지 모른다 하여 나는 하는 수없이 가까이 사는 동창에게 가게 되면 나랑 함께 가자며 전화를 하였다.
친구는 사촌과 함께 나와 같이 학교를 다녀 동창 자격으로 참석을 할 것이라 예상을 하였는데 다행히 태우러 오겠다 하여 우리는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을 하였다.
고인에게 절 두 번을 올리고 실내로 들어서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많아 인사를 하고 나서 미리 와 있는 동생옆에 가서 나는 함께 온 친구와 함께 앉았다.
나는 저녁을 먹고 왔기에 과일을 집어 들며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듣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 대각선으로 마주 앉은 제부 얼굴을 바라보니 평소 같지 않게 그는 냉랭하였다.
나보다 두 살 위인 제부는 집안에서 서열이 제일 아래지만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먼저 인사를 하는 법이 없었는데 그날도 내가 왔냐며 인사를 하였지만 그는 눈알을 굴리면서 멀뚱 거릴 뿐이었다.
동생은 허세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달라진 목소리로 내 피부가 좋다느니 하며 혼자서 중얼거렸고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남편이 오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며 우리는 얼마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주차한 차를 타기 위하여 식장 현관문을 나서며 나는 제부에게 조심해서 가라며 다시 인사를 하였는데 그는 못들었는지그대로 자기차를 타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먼저 인사는 하지 않았지만 나를 윗사람으로 대하던 그였는데 뭔가 이상하다 느낀 나는 다음 날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제부에게 뭐 잘못한 것이 있냐며 제부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 물어보았는데 동생은 시치미를 떼고 그런 적 없는데라며 발뺌을 하였다.
나는 그렇지 않다 말하였지만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제부를 변호하였는데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일을 동생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또 넘고야 말았다.
그러면서 언니 눈이 어쩌고 하여 어이가 없어 나는 전화를 끊었다.
어떤 잘못을 해도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아니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여동생은 필요할 때만 아양을 떨며 언니 하며 전화를 하였는데 내가 큰 질병을 얻었을 때도 죽 한 그릇 자기돈으로 끓여도 사오지도 않으면서 도우미가 한 음식을 맛없다며 투정을 하면서도빈 반찬통을 들고 음식을 얻으러 왔다.
돌아가실 날짜 받아놓은 큰어머니를 혼자 놔두어 돌아가시게 해 놓고선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인 척 돌아가시고서야 장례식장마다 눈물 흘리는 사촌이 척추질환의 이유가 큰집에 있음에도 혼자 뒷수습하느라 마음과 몸이 피폐해진 내게 고향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엄마를 두고 방치한다는 뉘앙스로 말하였을 때 나는 이런 문자를 사촌에게 보냈다.
' 너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동안 허리 안 좋은 엄마로 인하여 허리수술이며 뇌경색 그리고 다른 것들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모르면서 아는 척 좀 하지 마라' 하였다.
다른 사람의 티는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본다는 말이 있다.
남 일 참견 잘하고 오지랖 넓은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 없다는 말처럼 자기가 벌인 일도 남 탓 하면서
책임도 못 지면서 그깟 주무관이 뭐라고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만 높이는 동생에게 나는 해 주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