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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Nov 11. 2023

아들의 생활기록부


막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지만 Covid19로 인하여 입학식을 하지 못하고 계속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였다.

 

년 여름방학을 지나고서야 아들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수시원서를 접수해야 한다며 아들은 내게 담임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동안 공개수업에도 참석하지 않아 선생님 얼굴도 익힐 겸하여 아들에게 면담할 날짜를 적어서 주었는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구월의 저녁에 막내와 함께 손을 잡고  나는 처음으로 학교에 갔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바로 집 앞에 다. 간혹 밤에  보면 늦게까지 교실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  그날은 수요일이라 학생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 것인지 그날은 어둠에 잠긴 채로 교정이 텅 비어있었다.


아들과 나는 길을 더듬으며 불이 켜진 교실을 향하여 걸었다. 교실 중앙에 있는 현관문은 잠겨 있어 체육관이 있는 출입문을 지나 삼층으로 올라갔는데 우리가 교실에 들어서자 옆교실에 계시던 막내의 담임선생님이 오셨다.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 인사를 하고 나서 선생님은 컴퓨터가 놓인 의자 앞으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의자에 앉자 선생님은 화면을 띄워 상담을 진행하였는데 질문과 대답을 하며 아들의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꺼내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한마디 덧붙이시길 아들의 생기부는 다른 학생과는 조금 다르게  특이할 점이 한 가지 있다 하였다.


선생님은 나이답지 않게  아들이 두께가 있고 어려운 책들을 많이  읽었다 하시면서 막내가  읽은 책이름이 적힌 생기부를 보여 주었다.


레고로 로봇이나 차등을 만들며 어릴 때는 덴마크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던 막내는 자라면서는 장교가 되고 싶다며 한동안 사관학교에 관심을 보이더니 꿈이 변하여 지금은 투자가가 되고 싶다 하였다.


내가 읽으려고 사둔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을  막내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밀레의 서재에 가입하여 틈틈이  e북으로 책을 읽으며 워런버핏을 닮고 싶어 하는 아들의 내신성적과 생기부에 맞추어 상향과 소신 그리고 안정권으로 나누어 원서를 확정 짓고 나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경쟁을 하여 학생의 인권이 항상 논란이 되었다.


막내 역시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내신을 챙기고 수행평가를 준비하느라 새벽에 잠드는 날이 많았는데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가까이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삼 년을 성실하게 생활한 막내의 노력이 어디에서나 빛을 말하기를 나는 아들의 생기부를 보면서 기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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