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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일상
수학 선생님
by
박 혜리
Nov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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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고독과 마주하며 힘든 투병생활이 어느덧 끝나갈 무렵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따뜻한 봄날에 동창회에 다녀온 남동생은 담임을 맡은 수학 선생님이 내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시더라
며
내게 전화를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자
나는
오래전 기억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나는 다른 과목에 비하여 점수가 낮아 수학을 보충하여 듣기를 원하였다. 수업이 모두 끝난 방과 후에 따로 반을 꾸려 보충수업을 하신 선생님은 하루는 교무실로 나를 따로 불러 '혜리는 수업료를 내지 말고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여라' 하였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 미혼인 수학 선생님은 금요일 저녁에는 도시로 떠나 본가에 가시고 월요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학교에 돌아오시곤 하였는데 키가 훤칠하신 데다 흰 얼굴로 또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내가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부터 교복 자율화로 우리는 사복을 입고 학교를 다녔는데 심한 장난을 치거나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으면 두 팔을 뻗어 엎드린 채로 매를 맞기도
하였다.
칠판에 판서를 한 선생님은 번호를 호명하며 문제 풀이를 시키곤 하셨는데 답에 맞게 풀지를 못하였지만 치마를 입은 학생에게는 종아리에 매를 살짝 대는 시늉하는 아량을 베풀었다.
분기별로 나눠내는 수업료를 장학금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처지로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
나는
선생님 덕택으로 수학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며
열심히 공부한 덕분으로 중위권에 머물던 수학점수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려
최상위
학생만 진학할 수 있는 점수에 모두 이르렀다.
그 후 졸업을 하였지만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나는 원하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였다
.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던 중에
선생님이
계신 학교로 감사하다는 편지를
한통
보냈는데 나를 잊지 않으신 듯
선생님은
괜찮다 하시며 잘
지내느냐는
답장을 하였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한 선생님이 중학교가 있는 읍의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동생의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알려준 번호로
선생님께
조금 긴 문자를 보냈는데 내 문자를 확인을 한 선생님은 혜리 맞냐며 잘 지내고 있느냐
하시며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며 의사가 된 서울에 있는 친구는 연말에 엽서를 띄운다며 내가 동창회에 참석하는지 물으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여의찮은 건강과 동생의 난으로
나는
이후에 선생님께 안부 전화를 더 드리지 못하였는데
정년을 채우고 은퇴를 하신 선생님이 고향으로 가셨다는
말을 동창으로부터 전해 들으면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선생님을
동창회에
한번 초대하여 모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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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혜리
봄이나 가을같은 형형색색의 꽃이 피거나 질 때면 시를 쓰고 여름과 겨울동화처럼 이야기가 떠오르면 글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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