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혜리 Nov 12. 2023

제 짝


상견례를 한다며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의 모습에서 나는 이상하게도 날개를 쓴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을 떠올렸다.


금홍과 제비다방을 차려 동거를 하였지만

경영난에 빠지며 외박을 하는 연인을 붙잡을 수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소설은 무기력한 남편과 매춘일을 하는 아내로 표현되었다.


동생이 한창 연애중일 때 집으로 온 연인에게

잠깐 첫째를 맡기고 극장에서 남편과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돌아와 아이를 찾는다며 옆에 있는 방문을 열었을 때 이불밖으로 삐죽 나온 앙상한 그의 뼈.


그가 직장을 다닐 때 폐결핵에 걸린 소설가처럼

그는 밤잠을 설치며 몸이 점점 왜소해졌다.


보다 못한 동생은 길에 뿌리는 돈이 많다며

다니던 직장을 만류하였는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그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를 돌보며 꼼꼼하게  설거지를 하면서 집안정리를 하였다.


그것을 보다 못한 동생은 한때는 이혼을 하겠다며 언니오빠가 나서 달라하기도 하였는데 매번 어린아이 달래 듯 나는 이런 점은 좋지 않느냐며 다독거렸다.  


모자란 사람처럼 부부의 잠자리까지 고한 동생은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었는지 이제는 전화보다 문자로 안부를 묻는데 


러간 팝송처럼 내 기억에 떠오르는 영화 같은 장면 하나는


동생이 학교를 다닐 때 만난 친구가 조관우 팬으로 함께 콘서트를 다녔는데 친어머니가 세상을 등지고 아버지가 재혼하여 새어머니를 맞았지만 이해심 많은 어머니로 가족이 화목하다 하였다.


집 앞에서 달콤한 키스를 하였다는 그는 서울로 동생이 도망치자 삼 년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 지쳐 새 애인을 만들었다는데 다시 재회한 동생과 지하철역에서 작별하며 나는 의로운 사람이기에 연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하였다.


나는 그와 동생이 맺어졌으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끔 생각하게 되는데

살림에는 관심 없는 엄마처럼 덜렁대는 데다  집밖으로 나도는 것이 좋은 동생에게는 어쩌면 제부가 제 짝일지도 모른다 여겨지기도 하였.


하지만 애틋한 영화 같은 옛일이 가끔 기억날 때면 


동생 좀 더 사람다워지고 격을 잃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애절한 목소리의 가수와 함께 여동생 가슴에 이미 사라진 그를 생각하면서 사람의 인연이란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https://youtu.be/IdKqRRQwrfo?feature=shared




매거진의 이전글 수학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