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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Nov 09. 2023

화성에서 온 그 남자


" 지금 하는 이야기가 어떤지 알아?

당신하고 대화하다 보면 외계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 왜 우리는 여전히 같은 패턴인지 모르겠어."


지난 요일, 저녁 준비를 다 해 놓고 나서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다 나는 깜빡 잠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알레르기가 생긴 나는 아침에 반알 삼킨 약이 저녁에야 위력을 발휘하였는지 비몽사몽간이 되었는데 휴대폰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번쩍 눈을 뜨고 보니 남편에게서 온 전화였다.


" 여보세요?

 당신 지금 어디예요?

퇴근 중이라고?

응 지금 통화해 보고 다시 전화할게."


한 군데 전화해보고 나서 나는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그냥 바로 집으로 오면 되겠다고 말하였다.


화를 끊고 나서 희끄무레한 눈을 들어 벽시계를 보니 이른 퇴근시간인 데다 다른 날과 다르게  퉁명스러운 듯한 목소리에 현관문을 들고 들어오는 남편의 안색부터 살폈다.


그날 남편의 얼굴은 여느 날과 다름이 없었는데 식사 전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향하는 남편을 보며 나는 주문한 택배 상자를 뜯으면서 들으란 듯 한마디 하였다.


" 아침에 먹은 알레르기약이 독한지 영 정신을 못 차리겠네."


그 말을 하고 나서 나는 국을 데우며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어 상을 차렸다. 밥상을  다 차리자 그 사이에 샤워를 마친 남편이 식탁으로 다가왔는데 조금 전과 달리 남편 얼굴이 밝지가 않다.


"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아까 전화 왔을 때도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가 빠르던데. " 하였다.


그러자  내 말에 대한 대꾸는 없이 남편은


" 당신 인상이 안 좋잖아? 자기 얼굴 안 좋은 생각은 안 하고 왜 내 탓을 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자 답답한 나는 왜 내 말에 대한 답은 않고 딴 소리냐고 말하였는데 남편은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그 말 뿐이었다.


나는 변명하듯이 오늘 내 안색 안 좋은 것은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며 약을 먹은 데다 갑자기 전화받아 아직 어리둥절하다며  여태껏 살면서 그것도 아직 모르냐 하였다.


나는 그날로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앙탈을 부리는 여인처럼 뒤끝이 작렬한 남편은 주말에 교외로 외식을 하러 나가면서 끼어들기 문제로 언쟁한 것을 두고  다시 그 일을 꺼내 들었다.


머리에 피가 다 쏠린 것처럼 매달 행사를 치를 때마다 편두통을 앓으며 두통약을 먹는 나를 남편은 이해를 하지 못하였는데 잘 지내다가도 가끔 한 번씩 묻는 말에 격하게 반응하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그럴 때마다 화성에서 온 그 남자가 강림하셨구나 생각을 하였다.


신혼 때는 출근을 하면서 현관 앞에서 남편은 내 어깨를 두 팔로 안아 뽀뽀를 하였는데  세월의 더께를 지나 지금은 다녀 올께로 바뀌었다.


그제는 꽁무니 빼듯 아무 말 없이 출근을 하였는데

나보다 한살이 많지만 때로는 오십 년 묵은 꼰대보다 더한 조선남자에게 마음을 풀어 줄 요량으로 나는 어제 고기를 삶아 수육을 하고 김치를 썰어 전을 부쳐 술안주로 대령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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