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혜리 Nov 13. 2023

망각


아침잠에서 깨어나 어둠에 잠긴 창밖을 바라볼 때면


나는 가저세상으로 먼저 가버린  얼굴 하나를 가만히 떠올려본다.


연초록으로 물든 세상 어여쁜 꽃들은 아직 작별을 고하지 않은 채 드문드문 눈이 부시게 피었는데


친구는 무엇이 그리 급하여 서둘러 세상을 떠났는지


나는 애꿎은 하늘만 바라보며 원망을 하여 더랬다.


때로는 거기는 어때? 아픔도 고통도 없이 편안하니? 라며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는데


사랑하는 아들딸을 위해서 조금만 더 씩씩할 수는 없었는지


아름다운 세상에 조금 더 미련을  가질 순 없었는지


전쟁에 진 장수처럼 너무 쉽게 항복해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불콰한 얼굴로 내게 차문을 열어주던 생전 친구의 모습에  며칠을 눈물로 베갯잇을 적셨는데


헤어진 연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남자처럼


렇게 잡고 싶었던 기억은 점점 망각이 되어  멀어지려 하였다.


너는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며 애써 부정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고작 다섯 달이 지난 세상을 등진 친구의 기억은


오래전에  잃어버린 실루엣처럼 가물거리기만 하였다.


치매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형체가 없는 기억에


두 눈을 부릅뜨고 나는 기어이  잊지 않겠다는 듯 동그마니 친구얼굴 그려보며


높은 가을 하늘과 오색찬란한 산천을 향하여

두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