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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Nov 29. 2023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오늘 티브이를 보다가 우연히 어느 소통전문가의 알츠하이머 의심 소식을 들었다.


그분은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잊어버리는 등의 단기 기억 상실증으로 다음 달에 엠알아이와 펫시티 등의 검사를  다시 한다 하였다.


나는 유튜브로 가끔 강의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분의 성장환경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어릴 때부터 부친의 가정폭력을 보면서 자랐다고 하였다.


어머니가 맞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어머니를 구원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탈수록 스스로를 힘들게 하였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그의 고백에 감정 이입을 하면서 나는 지난날을 떠올려보았다.


십 대와 이십 대에 염세주의에 빠져 들었던 나.


노을이 곱게 물든 날, 사방은 적요하기만 한데

도랑을 지나 윗마을로 올라오는 아버지의 술수정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듯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먹던 밥 숟가락을 놓고 낫이나 칼 등 집의 뾰족한 무기를 찾아 솥 안에 가두었다.


술기운에 의지한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 나는 죽을힘을 다하여 앞을 가로막았는데 광인처럼 힘이 세져버린 아버지의 기름을 바른듯한 미끌거리는 머리칼을 작은 손으로 움켜쥐고  엄마를 때리지 못하게  말렸다.


그 덕분으로 엄마는 눈두덩이가 밤탱이 되는 것을 면하고 목숨 또한 부지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차라리 아버지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였다.


그것으로 나는 딜레마에 빠졌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서야 그것이 주홍글씨 되어  아무도 모르게 화장실에서 혼자 오래도록 울었다.

 

부모님의 소통부재로 소통전문가가 되었다는 그의 기억상실증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였다.


엄마의 얼굴이 해맑을수록 엄마의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나는 힘이 들었는데 부모님의 불화가 내 잘못이 아니 듯 그분이 이제 어머니에 대한 마음의 짐을 들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좀 더 여유 있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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