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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Dec 11. 2023


지난 십이월 첫째 주 올해의 마지막 송년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모임을 갖지 못하다 작년 가을부터 모임을 재개하였는데 나는 작년에도 올봄에도 모임에 나가지 않아  이번에는 참석을 하기로 하였다.


모임을 할 장소와 시각은 두 달 전부터 공지를 하였다.


그날의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친구가 전화를 하며 빨리 오라는 성화를 하여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섰는데 토요일이라 주차할 곳이 많지 않다며 남편이 차로 데려다 주어 나는 십오 분 일찍 도착을 하였다.


건물 이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가니 테이블마다 음식들이 세팅이 되어 있었는데 일찍 와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 후에 나는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가자 하나둘 속속 친구들이 도착을 하였다.


오는 순서대로 악수를 하고 나니 룸 하나가 가득하였는데 자리에 모두 앉아 우리는 저녁을 먹기 시작하였다.


나는 핏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알맞게 구워진 고기를 입에 넣으며 옆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하였는지 사는 곳을 물어보는 친구에게 어디에 산다고 말하니 아파트가격이 두배로 올라서 좋겠다며 자기가 아는 형님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산다며 가격이 올라서 기분이 좋은지 지인이 술을 사주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에 나는 아 그렇냐며 친구네 집도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며 응수를 하였다.


조금 있으니 이곳에 도착할 때부터 반갑게 이름을  부르던 친구가 다가오더니 전에 함께 돌아가신 친구 부모님 장례식에 참석한 일화를 들추어내며 내가 우리 집 근처에 태우러 오라 하였다는 말을 전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뒤에 앉은 친구는 어깨를 툭 치며 그동안 잘 지냈는지 물어보며 이런 점은 모임에서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하는데 다른 테이블에 있던 친구가 다가와 아들이 쓴 책을 도올 김용옥선생께 추천서를 부탁하였다가 퇴짜 맞은 이야기를 개그콘서트를 하듯이 말해 한동안 좌중을 웃겼다.


다른 친구는 내년에 둘째 아들이 장가를 든다며 사돈 될 사람이 남편의 지인이 하였다.


요즘은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엄빠 친구나 지인과 사돈 맺는 것이 유행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나는 이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 하였는데 며느리 볼 생각에 기분이 들뜬 친구는 사과를 재배하는 지인이 근처에 산다며 요즘은 비싸서 먹기가 어렵다는 사과를 한 박스 가지고 왔다 하였다.


이번에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였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친구 몇과  나머지는 차로 두 시간 안쪽거리에 사는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떨어져 앉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친구들과는 눈인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우리는 중년을 지나 이제 몇 년 있으면 장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다.


몇몇 친구들의 머리카락은 듬성듬성하다 못해 이제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변하였는데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다가 이렇게 모여 가끔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친구들의 주름진 얼굴이 나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갖가지 꽃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친구 아버님 초상 때 우리 집으로 나를 데러 오라고 말하였다는 친구는 술에 취하여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름이 뭐냐고 되물으며 이름을 끝내 기억을 하지 못하였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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