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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Dec 09. 2023


몇 월 며칠에 있는 모임에 참석을 하라는 총무의 말은 부드러웠다.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물은  부모님의 건강은 어떠한 짧은 인사를 나눈  전화를 끊었다.


몇 년 동안 모임을 진행하면서 참석을 독려하는 친구의 목소리는 항상 독기가 서린 비아냥이 대부분이었는데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세월이 흘러 재혼을 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모처럼 친한 지인과 만난 날, 그녀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얼마 전에 형부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내게 전하였다.


사업을 하는 형부가 처제를 비롯하여 처가댁에 얼마나 잘 대했는지, 명절 때마다 어떤 선물을 하였는지를 알고 있는 나는 형부의 사업실패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던 언니의 입장을 고려하여도 그것은 다소 내게 의외로 느껴졌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성격은 물론이고 인격까지 엿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아 보이는 친구가 친절을 가장하며 아픈 부위를 건드리는 경우를 보면서 나는 그러려니 하였다.


친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간호법 등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그녀가 어머니가 쓰러져 골든 타임을 놓치고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하게 되어 자신의 직업이 간호사인 것을 자책하는 일을 겪었으며 용변을 처리하는 일부터 부모님이 모든 것을 어린아이처럼 수발들었던 동생이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경험을 안고 있었다.


언젠가 친구 한 명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네게 별 이득도 없는 사람들을 왜 만나느냐고.


그때 내가 한 말은 다양한 사람들만큼 내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은 없다고 대답하였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대부분이 별뜻 없음을 안다. 이런저런 이유만 찾다 보면  이 세상에 만날 사람 또한 그리  많지 않으니 좋은 말은 감사하게 새겨듣고 나쁜 말은 그냥 무심히 흘러 넘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지인은 지난 시절에 나눈 좋은 기억은 잊어버린 듯 형부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지 못하였고 하늘나라로 먼저 남편을 떠나보낸 친구는 가끔 듣기가  민망할 정도의 격앙된 말들을 쏟아냈는데 땅속에 묻어둔 포도주가 숙성이 되어 깊은 맛을 내듯이 지인의 신앙과 생각이 영글기를 그리고 친구가 조금 더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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