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혜리 Dec 08. 2023

인생


올해의 마지막 모임이자 송년회에서 만난 친구.


내가 있는 테이블로 조용히 와인잔을 들고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느닷없이 친구는 큰 아이가 아프다 하였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데다 구김살이 없어 나는 전혀 알지 못하였는데 친구는 큰아이가 자폐가 있어 사회성도 부족하고 학교생활도 쉽지 않다며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자신의 아이와 비슷하다 하였다.


다른 점이라면 우영우는 아이큐가 최대치이고 자기 아이는 평범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인데 아이가  책에 한번 빠지면 단시간에 두꺼운 책을 읽어내는 특징이 있다 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재능을 네가 발견했니 하고 친구에게 물었는데 친구는  그렇다며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다 그 재능을 이끌었다 하였다.


그 결과로 친구의 아들은 두 권의 책을 발간하였고 고전을 읽고 인문학책을 다섯 권 출판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 하였다.


내 앞에서 무덤덤한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미소까지 띠고 말하는 친구에게  나는 아이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너도 네 아들도 훌륭하다 말하였다.


친구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고시에 합격하여 주위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이십 대에 세치가 이미 한가득이었던 친구는 지금은 머리가 거의 백발이 되다시피 하였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나는 마음이 짠하였다.


또 한 친구는 몇 년 전  와이프가 암 수술을 하였다며 그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하였다.


그 과정을 이미 겪은 나는 집사람도 그렇지만 친구도 고생이 많았겠네 라며 위로를 건네었다.


디 안타까운 일이  이것뿐이랴.


굳이 친구의 예가 아니라도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상 아이들 때문에 마지못해 사는 쇼윈도 부부인 친구,  중산층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남편을 둔 지인 언니는 올케가 다른 사람을 만나  오빠가 이혼을 하고 둘째 오빠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재활치료 중이라 하였다.


오늘도 지구 한편에서는 지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전한다.


떨어진 낙뢰에 맞은 것처럼 죄 없는 사람들이 아무 잘못 없이 죽어서 사라졌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상처투성이인 우리네 인생.


가끔 나는 하나님은 왜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게 이렇게 가혹하실까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지구라는 조그마한 행성에 낮과 밤이 있듯이 당신이 살아계심을 빛과 그림자로 증명하기 위함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아이가 아픈 친구에게는 부디 용기를, 와이프가 아픈 친구에게는 완쾌를 기원하며 나는 그저 루하루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조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