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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Dec 23. 2023

헤어질 결심


" 나는 외로워서 결혼을 하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남편이 나를 더 외롭게 하네."


그녀의 눈빛은 이슬이라도 맺힌 듯 처연하고 목소리엔 가득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이를 원하였지만 유산이 되면서 다시 아가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 조금 기다려보면 아기는 다시 찾아올 거라며 위로를 하였다.


중학교 교정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수줍은 듯 항상  양볼이 발그레하고 튼실한 송아지의 엉덩이처럼 몸집이 컸다.


우리는 로 초등학교가 다른 데다 가까이 앉아본 기억이 없어 저런 친구가 있었나 생각될 정도로  서먹하였는데 졸업식을 할 때까지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어보지 않고서 졸업을 하였다.


그런 그녀를 다시 만난 건 같은 날 다른 예식장에서 결혼을 한 친구의 예식을  보고 함께 간 친구가 이끄는 데로 따라간 한 피로연에서였다.


졸업을 하고 거의 십 년여 만에 만난 그녀는 그사이에 소녀티를 벗고 작은 얼굴에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하였는데 백옥 같은 투피스를 입은 그녀를 향하여 나는 손뼉을 마구 치며 축하를 해 주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남편과 내가 연애를 할 무렵 가끔 집으로 찾아온 그녀는 내 앞에서 한숨을 쉬거나 눈물을 내비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안쓰럽다는 생각에  위로를 하였는데 원하던 아이가 찾아온 이후로도 그녀의 결혼생활은 탄하지 않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그녀의 남편은 어린 아내를 두고 계속해서 다른 여자를 만났는데 그런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그녀가  남자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다른 만남을 이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일을 겪고도 이혼을 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아리송한데 그녀는 이혼을 하는 대신에 공허함을 채워 줄 사람을 찾아 나섰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때마다 사랑을 느낀다는 그녀는 결국 우연히 알게 된 남자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는데 함께 살고 싶다며 가정이 있는 그 남자에게 많이 집착을 하는 듯하였다.


그런 사정을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그 사람 능력은 있지만 예쁜 와이프도 있고 알토란 같은 자식도 있으니 너랑 함께 살 사람이 아니다 정신 차리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어떠냐며 나는 매번 타일렀지만 그뿐 그 사람에게 빠져 든 그녀는 헤어날 줄을 몰랐다.


그러나 가정이 있는 그 남자는 집착하는 그녀에게 진저리를 며 연락을 끊고 둘의 사랑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오 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매일이다시피 내게 전화하여 그녀는 긴 사랑앓이를 하였는데 답 없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러는 그녀가 대책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나도 마음이 많이 불편하였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 탕웨이는 범인을 잡는 경찰인 남자에게 사랑을 느껴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갔는데 사랑을 위하여 족적을 남긴 그 죄가 너무 무거워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스스로 자취를 감추었다.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인지 판타지 같은 영화를 보며 나는 요즘세상에 보기 드문 사랑이라 느끼며

녀가 그런 일로 내게  더 이상 전화하지 않고 잘 살길 바라며 나는 이제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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