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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Feb 29. 2024

졸업식


이사를 오고 나서 안면을 튼 이웃집 아주머니.


우연히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날,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인사를 건네자

디 가는지 내게 물어보신다.


나는 대답을 하며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집을 알아보느라 그동안 바빴노라 하였는데


대학교는 어디를 가게 됐는지 다시 물어보신다.


어디로 가게 됐다고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됐네요 라고 덧붙이며 딸이 시집을 가서 가정을 꾸려 손자가 있는 그녀는 전에 딸이 어디에 있는 학교를 다녔노라며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한다.


나는 아, 그래요 라며 말끝을 맺었다.


막내는 지난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였다.


아들은 학교의 지붕이 바로 보이는 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그렇지 않아도 숫기가 없는 아이가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여 나는 내심 안도를 하였다.


코로나 시기를 거쳐 등교한 지 이년이 채 못되어  졸업이라니 시간이 유수와 같음을 또 한 번 실감을 하며  전날  미리 주문한 꽃다발을 들고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교문을 지나 운동장을 가로질러 본관 건물이 있는 스탠드 앞에서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남편의 전 직장 후배와 마주쳐 우리는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그는 첫째가 이번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아이 재수를 결정하였다 하였다.


같은 아파트 주민인 데다 얼굴을 익힌 터라 나는 농담조로 이번에 의대증원을 많이 한다는데 이왕 재수할 거면 의대로 보내지요 해보았다.


그러자 그분은 의대 보내는 것이 목표 아니라 무조건 서울로 가기만을 바란다고 하였다.


그의 말을 듣자 나는 첫째인 그분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를 닮아 키가 훌쩍 크고 영특해 보이던 아이.


그런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맥이 없어 보이고 풀이 죽어있었다.


나는 그날에서야 아이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를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이를 향해 나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고 나서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 나와 운동장 한편에서 꽃다발을 받아 든 아이를 가운데 두고 남편과 내가 양옆으로 서서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코밑에 거무스름한 수염이 나 자주 면도를 하지만  아이처럼 여전히 해맑은 아들은 쑥스럽다는 듯 엷은 웃음을 지었다.


그날 딸이 인서울 하였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그분처럼 마라톤 인생에서 학벌이나 명문대 졸업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는 유례없이 재수생이 느는 차분한 졸업식 분위기가 우리 때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을 하며 막내의 졸업을 맘껏 축하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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