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집 마루 끝에 앉아 언니와 이야기 나누며
곶감을 먹고 있으면 그것을 빼앗으려 하던
당신
대문 앞 우물가 옆 마당에서 놀고 있으면 눈을 부라리며 지팡이로 나를 쫓아내려던 사람
아픈 손가락인 자식으로 인하여
평생을 우리 집 쌀독에 쌀이 떨어질까
걱정하시던 할머니와 달리
여든여덟 칸 대궐집을 축낸 증조부모님으로부터
땅과 집을 물려받아 호사스럽게 사시고
장남에게만 상속하여 맨몸으로 아버지를 쫓아낸 인정머리 하나 없이 매정하셨던 분
초등학교를 졸업 못하고
노예처럼 일만 시켰다고
약주를 드실 때마다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는
그나마 정을 준 집안에서 제일 똑똑한 막내 동생이
타향에서 숨지자 그만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살아생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아버지처럼 대했던 당신을 내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데
할아버지 대체 우리한테 왜 그러셨어요
피붙이에게 마음 한 귀퉁이조차 의지할 수 없었던 아버지 당신을 나는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