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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Jul 14. 2022

차에 대한 단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기에 잎녹차 한 티스푼을 띄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초록 초록한 잎들은 기지개를 켜 듯 뒤척이네.


유 부리는 옛 선비처럼  우러나기를 삼분을 기다린 나는  잔을  들어  한 모금을 입안 가득 머금어본다.

입안을 헹구듯  퍼지는  향기는 황홀하리만치 씁쓰름하다.


예의를 다하며 도포자락을  한 손으로 받치고  잔을  드니  구름 위를  넘실거리는  성현들이 부럽지가 않구나.


천천히 음미하는 맛은 가히 일품인데 두 모금 세 모금 입을 가까이할 때마다  잠에 취한  머리가 깨어나기 시작하네.


성미 급한 사내처럼  단숨에 삼키는  커피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이유모를 열병처럼 심장 뛰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데


가슴에 우주를 품 듯 차 한잔을 마시고 나니 심신을 수양한 듯 조급함이 없어지고 하루치의 행복을 얻은 듯하다.


분갈이 하 듯   다기에  이슬을 채워  몇 번을 우렸더니 연초록 희미한 웃음을 푼다.


인생의 정오에서  찻자리가  마음자리인 것처럼  서두르지 않은 것은 멀리 오래가기 위함이어라.


자신을 비워낸  찻잔은  기백마저 느껴지는데

하늘거리는 멋은 청자빛으로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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