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을 한 후로 쉬어본 적 없는 친구는 보답이 없어도 준 것에 대해서는 서운하지 않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가게를 하는 친구는 늘 팔이 무겁다 하면서도
양볼 가득 보조개를 지으며 활짝 웃는다.
일을 할 때와 쉴 때 무덤덤한 친구의 얼굴엔
온통 가족을 향한 사랑이 담겨 있다.
나는 어떤 얼굴을 가졌을까.
가족을 책임져야 할 때는 투명인간처럼
내 마음을 숨기느라 무표정했었다.
아이들을 키울 땐 재롱 따라 웃기도 하였고
퇴근이 늦는 남편을 기다리다 피곤한 얼굴로
잠들기도 하였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며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랄 때는
얼굴이 밝았고
마음처럼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때는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몸이 아플 때에는 표정마저 지쳐 있었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듯 자주 한숨짓던 엄마는
여든을 넘기자 삶의 희열을 처음 맛본 사람처럼
형형한 눈빛 되어 이제야 얼굴이 편안해졌고
이별한 여인을 그리워하는 고독한 남자처럼
동생의 그늘진 붉은 얼굴이 있다.
두 번의 수술로 내 표정은 더 밝아졌는지
친구는 좋아 보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화가 난 듯한 짜증 내는 얼굴은 다가가기 어렵고 편하고 다정한 얼굴은 먼저 말이 걸고 싶어 진다.
맑고 향기로운 꽃처럼 밝고 환한 얼굴을 닮고 싶은 나는
삶의 굴곡을 만날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가끔 타인의 얼굴을 보며 내 마음을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