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의 진실, 산딸나무 앞에서

보이는 것 너머를 배우는 시간

by 미소빛나 misobitna


식물에 마음을 두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그저 초록빛으로 스쳐 지나가던 나무들이

이제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다가온다.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어 있던 생명의 질서가

조용히 나를 일깨운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 산딸나무 꽃을 다시 만났다.

멀리서 볼 땐 하얀 꽃잎이 네 장 달린 단정한 꽃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하얀 꽃잎은 꽃이 아니었다.

진짜 꽃은 그 안쪽에, 아주 작고 초록빛을 띤 점처럼 숨어 있었다.

하얀 꽃잎처럼 보이던 것은, 진짜 꽃을 보호하고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가짜꽃이었다.



산딸나무 꽃, 네 장의 하얀 총포는 가짜꽃이다. 총포 안쪽에 꽃이 너무 작아 수정이 어려우니 가짜꽃을 두어 곤충을 유인한다. 각자 살아기기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마음이 조금 울컥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들 중에는

진짜가 아닌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역할이 덜 소중한 건 아니다.

가짜꽃이 없었다면, 진짜 꽃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하얀 가짜꽃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붉은 열매가 맺힌다.

작은 점들이 촘촘히 박힌 둥근 열매는,

마치 여름의 햇살을 꼭꼭 눌러 담은 듯하다.

그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되고,

다시 땅으로 떨어져 또 다른 생명을 품는다.



산딸나무에 빨간 열매가 달렸다.산딸기를 닮은 열매를 가지고 있어 산딸나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하얀 꽃의 진실을 알게 된 그날,

나는 내 안의 ‘가짜꽃’을 떠올렸다.

겉으로만 괜찮은 척했던 나,

누군가를 위해 꾸며낸 말들, 억지로 만든 미소들.

하지만 그것들도 어쩌면

내 안의 진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한 보호막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나 그 둘은 서로를 완성시키며 존재한다.

산딸나무의 가짜꽃과 진짜꽃처럼,

나의 겉모습과 진심도 그렇게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꽃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보이는 것 너머에 진짜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보다,

그 사이에 흐르는 생명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보다,
그 사이에 흐르는 생명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소빛나 식물 드로잉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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