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선물, 영롱한 달개비꽃의 메시지
출근길, 찰나의 푸른 보석이 건넨 지혜
꽤 세차게 내리던 아침 비가 잦아들었지만, 빗방울은 여전히 굵었다. 타다닥 탁,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바쁜 출근길의 유일한 리듬이었다. 회색빛 아스팔트를 빠르게 스쳐가는 자동차들, 젖은 보도 위를 처벅처벅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매일 같은 풍경이지만, 비는 그 모든 것을 흐릿하고 축축하게 만들었다.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움직이던 내 발걸음이 멈춰 선 것은, 바로 그 골목의 풀숲 앞이었다.
평소라면 강렬한 태양빛에 생기를 잃고 늘 시든 모습만 봤던 달개비꽃.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비타민 수액을 맞고 살아난 것 마냥 생생한 꽃을 피운 달개비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빗물을 머금은 푸른빛은 영롱했고, 투명한 물방울에 둘러싸인 꽃잎은 마치 푸른 영롱한 빛을 품은 보석과도 같았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 무심했던 출근길에서 처음으로 발을 멈추고 카메라를 연신 눌러댔다. 어쩌면 나는,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시들어버리는 달개비꽃의 운명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는지 모른다.
달개비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 그래서일까, 그 짧은 생의 기쁨을 온전히 담고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더욱 선명하게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늘 길고 찬란한 성공이나 지속적인 행복만을 찾아 헤매지만, 달개비는 아무리 짧아도 피어난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신을 드러낸다. 삶이란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길고 화려하지 않아도, 주어진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가장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짧은 기쁨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내가 놓치고 있던 수많은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달개비는 익숙한 이름처럼 골목길 한켠에 피어났지만, ‘닭의장풀’이라는 또 다른 이름처럼 우리 선조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왔다. 어린 줄기와 잎은 나물로 식탁 위에 올랐고, 꽃잎은 염료가 되었으며, 뿌리는 열을 내리고 당뇨병에 도움을 주는 약재로 사용되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약이 없던 그 옛날, 자연에서 생활의 지혜를 얻어낸 우리 선조들은 이름 없는 풀 한 포기의 ‘쓸모’를 허투루 보지 않았다.
그 흔한 꽃의 짧은 생명력조차 허비하지 않고 ‘필요한 존재’로 활용했던 선조들의 창의성 앞에서 겸허해진다. 달개비꽃의 존재는 비단 예쁜 꽃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짧은 생애 동안 순간의 기쁨을 나누고, 작지만 분명한 존재감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달개비꽃.
바쁜 출근길, 골목 한 귀퉁이에서 만난 작은 달개비꽃. 그 짧고 푸른빛이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넨다. 길고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네가 피어난 그 순간만큼은, 그리고 네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너의 빛을 내어주라고. 나는 오늘, '눈에 띄지 않아도, 어떤 삶에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교훈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