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건축 양식
실리콘밸리에서 집 구경하는 건 정말 즐겁다.
세월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
전문 용어를 모르니,
그 맛을 살려서 표현할 수 없으니,
그림으로 대신해야겠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주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작지만 인상적인 변화들
먼저, 벽 전체를 여닫이 창문으로 바꿔
자연을 거실로 옮겨 놓은 예를 들 수 있다.
벽을 답답하게 막지 않고,
이렇게 시원하게 하니
마음도,
집도,
시원해지는 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
어떤 집은 다락방에 창문을 내어
아이들이 밤에 별을 볼 수 있게도 해놓았다.
아파트처럼 사각형 반듯한 집보다는
이렇게 균형이 맞지 않고
좁은 공간에
나만의 아지트를 꾸며보고 싶다.
만약
나에게 이런 방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렇게 다락방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은 일은 아니다.
함께 다니는
부동산 브로커에게
물어봤는데,
건축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어떤 집은 창문을 볼록하게 밖으로 내어서 창틀에 걸터앉아
책 읽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내가 경험했던 창문은
쇠로 된 줄이 있거나,
추락 방지용 새시가 덧대어 있거나,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불투명 유리를 대거나
그래서 근접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내가 접했던 창문은
세상과 통하는 통로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는 다른 벽이었다.
이렇게 창문틀을 또 다른 친숙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작은 틈새 배려,
이런 작은 변화가 주거 공간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집안의 공기가 따듯해도
따뜻한 집이겠지만,
공간을 창의적이고
꼭 알맞게 활용하는 것도
바로 따뜻한 집일 수 있음을 느끼게 됐다.
아마, 그래서
홍콩의 그 작은 집에서도
별다른 느낌 없이
내 집처럼 느끼면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집을 정하는 기준이
21평형, 32평형...
이 숫자가 거주자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는 없는데,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집을 보는 시작이
그 두 자릿수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이미 표준화되어버린
한국 아파트에서
그 숫자 외에는
별다른 특색을 기대할 게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붕에 구멍을 뚫어
그곳에 빛을 잘 모이 게하는 반사판을 두고
하늘빛이 집안 구석구석 스며들게 내놓은 곳도 었다.
그렇게 했더니,
창문에서 멀어 대낮에도 어두 컴컴한 곳이
자연빛으로 되살아나는 효과가 있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
화장도 중요하고
헤어 스타일도 중요하고
의상도 중요하고
인물 자체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완벽해도
빛이 제대로 들지 않으면
정말 칙칙한 사진이 나온다.
마차가지로 집 안의 분위기도
빛이 적재적소에 있지 않으면
집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지붕 뚫고 들이차는 햇살은
생명의 빛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생명력 넘치게 만드는 것 같다.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스타와 팬의 차이가 뭔지
가만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옷? 아니다.
화려한 옷들은 거리에 널렸다.
화장품? 아니다.
싸고 질 좋은 화장품도 많고
화장법도 대중화돼 있다.
외모? 아니다.
연예인보다 더 멋지고 예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럼....
헤어 스타일이다.
화장, 의상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헤어 스타일만큼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하기 어렵다.
물론 혼자서 곧 잘 하는 유튜버들도 있지만,
여전히 머리 만지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헤어 스타일이
스타와 팬을 가르는
그 기준선이듯,
빛도
호텔룸과 내 방을 가르는
구분 경계가 된다.
내친김에 자료조사를 해 봤다.
가장 대표적인 집의 유형들은 아래와 같다.
Cape Cod는 1600년대부터 사용된 집으로
영국 초가집 모양과 비슷하다.
가장 큰 특징은 큰 굴뚝으로
미국 북동부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커다란 화덕이 필요했고,
그래서 굴뚝도 크게 만들어져 있다.
Colonial 은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때 형식으로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창문과 문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열돼 있다는 점이다.
Contemporary는 평지보다는 산과 언덕의
지형을 살리는 구조의 집이다.
Mediterranean 은 지중해풍의 집으로
붉은색의 지붕 색이 가장 큰 특징이다.
플로리다 팜 비치나 샌디에이고처럼
비교적 날씨가 더운 지역에 있다.
Modern 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멋진 집이고,
Ranch는 1층으로 돼 있으며,
주차장이 딸려있는, 가장 대중적인 집이다.
한국에는 아파트가 있다면,
미국에는 Ranch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분의 집도 다 이런
Ranch 스타일이다.
보기에는 제일 후 저 보이지만,
그 실용성과 공간 활용도, 경제성 등
서민, 중산층 모두에게 사랑받는 집이다.
Traditional 은 미국집보다는
가까운 일본이나 한국의 단독 주택과 비슷해 보인다.
Victorian 은 빅토리아 여왕이 재임했던
1830~ 1910년 사이의 건축양식을 말한다.
실용성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양식으로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건축가 같은 분들이
가끔 사진기를 들고
이런 빅토리아식 집을 사진에 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 https://research.realtor.com/review-home-style-trends/ >
이렇게 가장 보편적인 집의 스타일을 보고 나니
스스로 정리되는 것 같아서 즐겁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씁쓸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다양한 주거 문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교과서에서 어렴풋이 제주도와 중부, 북부 지방의
과거 가옥 형태를 배웠던 것 같은데,
그거야 예전 일이고
요즘 우리나라의 가옥 형태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사각형의 아파트만 떠오른다.
집의 형태가 아닌
대형 건축업체의 이름으로 집이 나눠진다.
좁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니,
보급형 주택 공급에 치중된 면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식주 중에서
입는 것 잘하고
먹는 것도 즐기고
이제 사는 곳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서
이런 생각이 드나 보다.
한 편으로는 사치스러운 생각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