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브레이커] 나이로 어디서 꿀리지 않어

온 가족이 족보 브레이커

by 미솔랭가이드
미솔랭 게시물 (36).png 이제 빠른생일인 사람은 나이든 사람 인증

나이로 어디서 꿀리지 않어


얼마전, 나의 호적상 생일이었다. 축하는 거절한다. 진짜 생일이 아니니까. 생일 얘기를 하자면 우리 가족은 할 얘기가 많다. 일단 모든 것의 시작은 아빠부터다. 예전에는 태어난 아기들이 빨리 죽기도 해서 출생신고를 좀 늦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도 실제 태어난 해보다 2년을 늦게 출생신고를 했다. 그래서 학교를 10살에 들어간 케이스. 2살 어린 놈들이랑 학교를 다니셨다.


시골에서 어릴 때부터 하도 공부를 잘했다고 해서 가만 생각해보니까…2살 어린 놈들이랑 학교 다녔으면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아빠는 생년만 다르고 월일은 맞추셨다. 이제 엄마다. 엄마도 1년을 늦게 출생신고를 했고, 실제 생년월일 다 엉망진창이다. 맞는 게 하나도 없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는 생신이 이틀 간격이라 나와 동생은 5월 어버이날부터 치밀하게 지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 그리고 이제 나다. 나이 들어 학교 간 게 억울했던 아빠는 3월을 한참 넘겨 태어난 나를 벌금을 물어가며 냅다 2월로 출생신고를 한다. 지금은 빠른 생일이 없어졌지만, 학교를 빨리 보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는 7살에 학교를 갔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아랫집 언니를 언니라고 부르다가, 같이 입학하는 바람에 싸가지 없이 누구야 하고 부르게 되었다. 심지어 같은 반이 됐다. 나를 얼마나 미워하던지ㅋㅋ


끝이 아니다. 나의 남동생도 같은 과정을 거쳐 2월생이 되었다. 그래도 나는 학교생활에 곧잘 적응하고 잘 따라갔는데 동생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진지하게 유급을 시켜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들고 다니는 실내화 주머니가 바닥에 끌릴 것 같았다. 하지만 재수를 해서 학번으로 나이를 원복한 나와 달리 한방에 대학에 들어가서 칼복학, 조기취업까지 나이 메리트를 양껏 누리셨다는 썰.


그래서 우리는 결론적으로 온 가족이 족보브레이커다. 족보브레이커들은 잘 알 거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핸들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때문에 2년 차이가 나는 친구들이 친구가 되거나, 나는 친구, 쟤는 언니, 후배인데 알고보니 나보다 생일이 빨라…난장판이다. 오히려 당사자들은 초탈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빠른생일의 존재 자체가 옛날사람 인증이라 다 귀찮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쇼!


미솔랭 가이드 260210 : [족보브레이커] 나이로 어디서 꿀리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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