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10K 마라톤 나간다
지난 가을, 러닝 쪼렙 주제에 낄낄대며 친구와 함께 신청한 마라톤 대회가 벌써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고, 가을 바람 솔솔 불고 볕도 좋을 때라 달리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충동적으로 신청했는데 코 앞으로 다가오니 쫄려죽겠다. 대회 이름은 하프마라톤이지만 당연히 나는 하프 근처에도 못가고 10km를 신청했다. 아…5km 할 걸 그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직 10km를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어서 더 초조하다. 한 10년 전에 친구들이랑 한 스포츠 브랜드에서 하는 10km레이스를 한 번 뛰어봤는데 체력도 지금보다 훨씬 안좋았고, 연습은커녕 준비도 없이 뛰어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는 30대 초반, 그냥 젊었다. 힘들어도 젊음으로 때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 어떨지 모르겠다. 근데 또 이 와중에 1시간 안에 들어와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믿어보는 것은 ‘같이’ 뛴다는 것이다. 7km까지는 어찌어찌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은 3km는 다른 사람들과 우루루 같이 뛰는 맛에 약간 흥분한 망아지 상태로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경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같이 뛰면 내가 모르는 그런 하이가 있다던데? 나의 데이식스 러닝 플레이리스트와 끝나고 친구와 함께 달려갈 일산 맛집 예약까지 해놓으면 이미 구실은 충분히 만들어졌다.
달리기 뿐만아니라 나에게 운동은 자가치유의 목적이 더 컸다. 체력을 증진하는 것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지금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이 생각들을 좀 잊게 해달라는 절규에 가까웠다. 근데 생각보다 꽤 효과가 있었고 지금은 그렇게 기른 체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30대 초반에 필라테스로 시작해서, 웨이트, 러닝, 테니스까지 하니까 이제 쿼터-스포츠인 정도는 되지 않을지…(어째 나이가 들수록 운동이 점점 격해진다)
가끔은 역설적으로 그런 생각도 한다.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하고 싶은 것보다는 지금처럼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좋겠다고. 한 번 가라앉으면 다시 올라오는 게 힘든 스타일이라 애써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게 너무 억지스러운 노력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노력들로 괜찮은 하루들을 계속 더해가다보면 결국 좋은 삶이 되는 거 아닌가. 한 달 뒤에 기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미솔랭가이드 20260209 [고양특례시 하프마라톤] 친구 따라 10km마라톤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