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로켓직구에서 파는 거 다 알지만

로켓직구에는 낭만이 없잖아...

by 미솔랭가이드
미솔랭 게시물 (8).png 아기옷의 메카였던 남대문시장

로켓직구에서 파는 거 다 알지만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갔던 남대문 수입상가는 나에게 별천지였다. 미국고모가 없어 시무룩한 나에게 동네 아줌마들을 통해 가끔씩 들어오던 미국과자, 집 앞 슈퍼에는 없는 콜게이트 치약, 엄마가 살까말까 들었다놨다 고민하던 일본 간장, 촌스러운 것 같은데 괜히 ‘일본제’ 붙어있어서 비싸보이는 손수건 같은 것들. 아니 이렇게 쓰고 보니까 또 내가 너무 전후세대 같은데,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다…동년배입니다.


대단한 디스플레이랄 것도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새로운 물건들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세상이 확 열리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큐피 참깨드레싱을 지금 주문하면 내일 아침에 받아볼 수 있게 되었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먹었던 카이막도 온다. 동전파스와 카베진, 오타이산은 아직도 집에 한가득이다. 아이돌 해외투어 수준으로 여행을 다니는 엄마 친구분들 덕분에 처음 보는 커피, 과자들도 식탁 위에 그득하다.


그래서 남대문 수입상가가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꼭 한 바퀴 둘러보고 온다. 알고리즘이 띄워주지 않는, 사장님만의 새로운 바잉이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저런 거 요즘 온라인 쇼핑몰에 다 있는데”로 시작하면 사는 것도, 구경하는 것도 너무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지 않나. 적당히 모르고, 적당히 없어야 인생이 즐거워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하이닉스 주식은 좀 있었으면 좋겠어…)


아, 그렇다고 현금을 뽑아간 보람 없게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다. 엄마의 여행용 잠옷을 사왔다. 일본 수입 잡화를 파는 가게를 지나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내가 이걸 7년째 입고 있는데 소매 끝이 다 떨어져서 새로 사려고 하니까 여기밖에 없는 거야~”하는 멘트에 혹해서 또 이럴 때는 파워E처럼 굴며 “선생님, 이거 좋아요???”하고 구매에 동참해서 그 아줌마랑 나랑 1000원씩 깎아서 하나씩 챙겼다.


그리고 새로운 한 가지, 맨날 지나던 회현역 6번 출구 앞에 그렇게 아동복 가게가 많은 줄 몰랐다.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요즘 온 식구가 조카에게 빠져있으니 생전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부르뎅, 포키 아동복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거다. 엄마와 광란의 쇼핑을 할 뻔했지만, 형아들이 물려주신 옷부터 잘 입어보고 멋부려야 할 때 점촌 중앙시장의 최고 멋쟁이 유신상회 맏손녀인 고모가 다시 한 번 등판하겠다.


미솔랭가이드 260227 : [남대문시장] 로켓직구에서 파는 거 다 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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