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은 아님
싼 게 비지떡(x) 좋은 건 비싸다(o)
난 박찬용 에디터의 글이 참 재미있다. 예전에 아빠 믹스커피 드실 때처럼 커피 둘, 프림 셋, 설탕 둘의 황금비율이랄까.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디테일과 적당한 감도가 나로 하여금 이 작가님 책의 돼지엄마를 자처하게 만든다. <서울의 어느 집>도 너무 재밌게 보고 주변에 여럿 추천해주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작가를 한 명 알게 되면 이전작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오늘은 <좋은 물건을 고르는 법>이다.
잡지사 출신이니 또 얼마나 이것저것 많이 다뤄봤을까. 그리고 알면 사게 된다고(?) 예상치 못한 다양한 물건들을 사제꼈을 것이다. 책의 내용도 ‘좋은 물건’ 만큼이나 ‘고르는 법’에도 무게를 두었다. 그리고 그 구매를 결정해가는 과정에서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과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랫동안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았다. 돈도 써본 놈이 알고, 물건도 사본 놈이 안다.
좋은 물건이라고 롤렉스 얘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후디, 백팩, 볼펜, 스니커즈, 니트…손톱깎이까지, 진짜 우리가 수도 없이 사보고, 수도 없이 실패해 본 물건들을 고를 때 어떤 것을 살펴보면 좋을지 친절하고 다정하게 설명해두었다. 경험 앞에 장사 없다고 본인의 구체적인 구매기를 곁들여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싸고 좋은 것은 다 이유가 있음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나는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 고르고 비교해보는 것을 굉장히 귀찮아한다. 그래서 한 번 마음에 든 것을 잘 바꾸지 않는다. 다행히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 가끔 신내림 받은 것처럼 사도 크게 실패는 안하는 편인 것 같긴 한데 생필품이나 사용해보지 않은 카테고리의 제품을 구매할 때는 미루고 미루다 결국 엉뚱한 걸 사거나 마치 원래부터 그것을 원했던냥 스스로 세뇌한다…
싼 게 비지떡은 아니지만, 좋은 건 비싸다. 사실 당연한 이치인데 아주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나 포함) 그 비싼 가격에 비해 지갑 사정이 좋지 않으니 괜히 길거리 깡통 걷어차듯 욕 한 번씩 해보는 거 아닐까. 그래도 나는 아끼고 아껴서 좋은 의자 하나 사고, 갖고 싶은 테이블은 비싼데 카피제품은 사기 싫어서 이마트 밥상으로 버티는 그런 사람들이 귀엽고 마음에 든다. 내 스타일이다.
+오며가며 책을 읽는 분들께는 유유출판사의 이 얇은 책 시리즈를 추천한다. 가뜩이나 보부상이라 가방이 무거워죽겠는데 이렇게 시집처럼 작고 가벼운 책은 가방에 쏙 넣어 잠깐씩 읽기가 좋다. 다루는 주제들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호로록 읽고 ‘아, 한 권 다 읽었다~’하고 인스턴트 성취감 느끼기에 좋다.
미솔랭가이드 260316 : [좋은 물건 고르는 법] 싼 게 비지떡(x) 좋은 건 비싸다(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