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이 바로 수신료의 가치
다큐3일, 돌아온 최애프로그램
매주 일요일 저녁 아빠와 거실에 앉아 〈다큐3일〉로 주말을 마무리했다. 일요일 저녁을 대단히 요란하게 보낼 것도 없으나, 적당히 차분하게 한 주를 마무리하기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사람 사는 얘기 뭐 궁금할까 싶지만, 참 사람이 저마다 사연이 있고 자기 인생들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보다 노량진 3일, 창신동 봉제골목 3일, 이런 편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굳이 따지자면 〈인간극장〉도 있고 〈한국인의 밥상〉도 있겠지만, 〈다큐3일〉이 좋았던 건 나랑 똑같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가운데 문득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어 그랬던 듯하다. 이제는 고전짤이 된, 국문학과에 가고 싶었던, 시 〈낙화〉를 읊던 선장님의 모습이 그 한 예시랄까. 카메라가 그 선장님을 비추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그분을 그냥 어부아저씨로 기억했겠지.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나’의 맥락보다는 ‘모두가 자기 고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에 가깝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한 인터뷰이가 계속 나에게 되물었다. 우리 진짜 평범한데 이걸 너무 흥미롭게 듣는 내가 신기하다고. 이게 책에 나올 만한 이야기냐고, 사람들이 궁금해할까요? 하지만 그분들의 인터뷰는 편집자인 내가 꼽는 이 책의 백미가 되었다. 막상 본인들은 잘 모른다. 나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일 거다.
방송이다보니 죽상을 하고 있는 사람을 굳이 전파에 태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큐3일〉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자기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다큐3일〉이 끝나고 나면 정말 주말이 끝이라 다시 울상을 하고 회사갈 준비를 했지만, 다 비슷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나도 다음날 찾아올 월요병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돌아온 〈다큐3일〉의 첫 편은 273버스였다. 대학생 시절, 나도 자주 탔던 273에는 여전히 대학생 친구들로 그득했다. 갓 입학한 친구들의 설렘, 고학년 선배들의 취업 걱정도 그저 다 귀엽고 이뻐보인다. 새벽차에 오른 한 여사님께서 청춘이 너무 금방 지나가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기고 살라는 말이 더 와닿는 건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산다. 그래서 다행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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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07 미솔랭가이드 : [다큐3일] 돌아온 최애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