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

몰입과 균형, 감정의 리듬

by misroom

6-1. 완수의 밤, 욕조 속에서

이벤트가 끝난 밤이었다.

집에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

맥주 하나를 따서 왼손에 들고,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 차가운 맥주, 적당히 피로한 몸.

그 조합은 나를 잠잠하게 만들었다.


그날은 뭔가가 끝난 날이었다.

감정적으로 복잡하지도 않았고, 감동적인 여운도 없었다.

그냥 “다 했다”는 감각만이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서’만 하는 건 아니다.

해야 할 일이니까 한다.

그런데도, 그 안에서 분명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기획하고, 조율하고, 실행하면서

나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 고단한 하루 속에서, 나의 에너지는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욕조의 물이 식어가고, 맥주는 다 마셔졌다.

나는 천천히 몸을 닦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간다.

다음 단계를 그릴 시간이다.

완수의 고요함 뒤에 오는 이 감각,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6-2. 책임을 다한 후, 조용히 돌아오는 감정

이 일은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겠다고 했고,

하겠다고 한 이상, 나는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그런데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늘 단순했다.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그냥 해야 하니까 했다.


그 말이 차가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해야 하는 일’에도 ‘좋아하는 일’만큼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해야 할 일에도 진심을 담으면, 그것은 결국 내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끝까지 완수한 어느 밤,

내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드는 감정이 있다.


“그래, 잘했다. 나답게 해냈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종류의 감정이다.

성과가 없어도, 박수갈채가 없어도

내가 나에게 느끼는 조용한 만족.


겉으론 담담하지만, 속은 뜨거웠다.

나는 오늘도 나를 잃지 않고,

나답게 하루를 살아냈다.

그걸로 충분했다.




6-3.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의 균형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잘하는 일이 꼭 좋아하는 일은 아니더라.


때로는 내가 잘하니까 맡겨진 일들이 있고,

그 일들 안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질문이 생겼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방식인가?”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 계속하게 된 일들.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타인의 기대에 의해 굴러가는 선택들.

그 안에서 내 감정은 자주 미뤄졌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나의 컨디션과 리듬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치고 무너진 상태에서는,

어떤 일도 오래갈 수 없다.


결국 좋아하던 일마저 미워지게 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모든 걸 완벽히 해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씩 조율하며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간다.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지혜롭게 감당하는 방식.

그게 나다운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매일의 나를 지킨다.

나는 오늘도,

몰입하고 조율하며

나답게 살아낸 하루를 보낸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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