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좋아요?

< 서른아홉 싱글 생존기 2화>

by 새로운



제일 친한 친구 녀석이 결혼했다. 기쁘게 보내줬지만 벌써부터 옆구리가 허전하다.

"나, 이제 비혼이야. 혼자 살래." 한 녀석은 비혼을 선언했다. “뭐야? 우리 나이면 자동 비혼 아니었어?”라고 장난스레 말했지만 사실은 부러웠다. 적어도 저 녀석은 당당히 자신의 길을 정했으니.



나는 결혼이 어렵다. 수험생 시절 진로선택도 이렇게 어렵진 않았는데. 인생에서 웬만한 문제는 다 풀어냈던 것 같은데, 왜 유독 이 문제만 이렇게 어려운지. 수능에 마주한 킬러문항, 어떤 남자가 좋은 남자인지에 대한 대답,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보다 더.



나는 그동안 뭘 한 걸까? 나는 왜 아직도 내 인생의 갈피를 정하지 못한 걸까.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는 게 좋은 건지 안 하는 게 좋은 건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논 건 아닌데, 소개팅도 하고 선도 보고 썸도 타고 밀당도 하고 남들 하는 건 다 해봤는데, 지금까지 혼자인 걸 보면, 내가 다 궁금하다. 오히려 그동안 수많았던 기회 속에서 때마다 NO 버튼을 눌렀거나 책임지기 싫어 도망가버린 건 아닐까.



살면서 참 다양한 선택을 한다. 점심에는 뭘 먹을지 퇴근 후에는 뭘 할지,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갈지, 장바구니에 있는 그 옷을 그냥 살지 말지. 우린 종종 우린 이런 작은 선택에 심혈을 기울인다. 최고의 가성비와 최대의 효율을 생각해서 될 수 있으면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꼼꼼하고 합리적으로..!



하지만 정작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있어서는 빠르게 결정해 버리거나 남의 일인듯 뒤로 미뤄버린다. 대학을 갈 때도, 취업을 할 때도 그랬다. 심지어 연애를 할 때도 그랬다. 그때는 왜 대입이, 취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왜 내 친구한테 물어봤을까? 뭘 잘 몰랐으니까. 모르니까 남이 좋다고 하는 걸 따라 하거나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사실 선택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20대의 전부였던 그와 결혼 이야기가 오갔을 때도, 연하였던 남자친구가 정말 결혼할 마음이 있냐며 거듭 물었을 때도, 삼십 대 초반 함께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그 앞에서도, 나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었다.



아마도 준비가 되지 않았겠지.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GO’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다양한 모습으로 지금의 내가 됐다. 지금도 난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잘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독 결혼에 대해서 지금까지 우물쭈물 댄 건, 난 아마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그래서 이별이란 이름으로 선택을 보류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니 결혼하고 싶은 이유가 죄다 받고 싶은 것들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고 함께 하고 싶고, 외로움이 싫고, 부모님 눈치에서 벗어나고 싶고, 도태되기 싫고 뒤처지기 싫고. 그 안에 주고 싶은 건 없다. 누군가와 아이를 낳아 함께 기르거나, 양가의 부모님을 함께 챙기거나, 커리어를 잠시 보류하거나, 결혼 전 몸매나 나만의 시간을 포기하거나. 선택이란 책임지는 것인데 책임지는 게 싫으니 선택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결혼한 사람들이 모두 존경스럽다. 뭘 잘 몰라서 그랬다고, 남들 하니까 해야 되는지 알았대도 어쨌든 선택했고, 그 선택에 책임지기로 한 것이니. 결혼한 친구에게도, 비혼을 택한 친구에게도 축하주라도 거하게 사야겠다. 짊어지기로 한 제2의 인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도. 나도 이제 선택할 때가 됐다. 인생 2막을.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 이 모든 것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못 먹어도 고’ 한다고 해도 과연 이 판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도 물어보는 수밖에.


“결혼하면 좋아요?”




작가의 이전글왐마, 내 나이가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