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면 행복할까?

<서른아홉 싱글 생존기 2화>

by 새로운




사랑하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아악! 누가 나 좀 데려가!



도저히 혼자서는 못 살겠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나 혼자 산다>를 보며 위로받아도, <나는 솔로다>가 더 재미있고, <결혼지옥> 보다 <하트시그널>을 좋아하는 걸 보면 나는 혼자보단 둘이 더 좋은 사람인 게 맞다. 연애만 해온 지 벌써 20년. 수많은 데이트와 썸, 진지한 연애, 충격적인 이별 등 이제 해볼 만큼 해봤고 놀만큼 놀아보니 더 이상 노는 것도 재미없다 정말.



스물여덟 엔 서른쯤이면 결혼할 줄 알았고, 서른에는 서른셋이면 갈 줄 알았는데. 서른셋에는 서른다섯을 바라보게 되고 서른다섯이 넘으니 해탈할 만도 하건만 여전히 불안하고 초조하며 때때로 화가 나고 이유 없이 서글프다.


삼십 대를 꽉 채우고 보니 이제는 정말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남자가 없다. 얼마 전 만난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제 돈도 좀 벌고, 자리도 좀 잡고, 비싼 차도 끌 수 있게 됐는데 아무래도 순서가 틀린 건가 싶단다. 이제 연애 자체가 귀찮아서, 사람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서 결혼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고.



요즘은 다들 ‘비혼 비혼’한다. TV를 틀면 인구절벽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다. 다들 결혼 안 해서 난리라는데 왜 내 주변에는 결혼 한 사람이 더 많은 걸까?


실제로 25세에서 49세 남성 중 절반에 가까운 47.1%가 미혼이라는데 내 눈에는 이미 간 사람만 보이는 걸 보면 그래, 내가 결혼이 고프긴 고픈가 보다. 비혼을 외치는 내 친구는 걱정 말라며 20년만 지나면 혼자인 사람이 주류가 될 거라고 위로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는데, 하면 불행할 게 뻔한 결혼을 왜 하느냐고.



물론 혼자 살아도 딱히 불편한 건 없다. 마트에는 맛있는 밀키트가 즐비하고 식당도 카페도 혼자인 손님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밖에서 혼자서 고기 구워 먹는 것도 가능하고 다이소만 가면 세상에, 없는 게 없다니까.


맞다, 혼자의 삶이란 얼마나 멋지고 가뿐한가. 온전히 나를 위해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면 그만인 것을. 나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도 없고, 허구한 날 지지고 볶으며 싸울 남편도 없으며 눈치 볼 시댁도 없으니 명절은 여행 가는 날이다.



안다, 때로는 남편과 싸우고 나온 너희들이 ‘넌 절대 결혼하지 마 ‘라고 말하는 것도, 반대로 정신이 말짱할 땐 ‘그래도 결혼은 해 볼 만한 것 같아’고 말하는 것도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육아에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는 반드시 나아봐야 한다’며 어른 행세를 할 때도 갑자기 결혼해도 애는 낫지 말라는 것도 모두 나를 위해 하는 말, 맞...지?



그럼에도 내가 비혼이 아닌 이유는 음... 외롭다, 그래 나는 외롭다. 너무너무. 이제 더는 나와 놀아줄 친구도, 남자친구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쓸쓸하다.


주변을 보면 ‘결혼 = 행복’이 아니란 건 알았는데, 그렇다고 ’ 싱글=행복‘인 것엔 확신이 없다. 그래, 그러니까 잘 몰라서, 확신이 없어서 안 하는 아니, 못하는 거다. 모태솔로 상사를 보면 미래 나의 모습이 저렇게 될까 두렵고 몇 년 후면 그나마 그렇게 위로 삼을 사람마저 사라질까 겁이 나기 때문에. 인간은 평생 반만 알고 간다는데, 두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나는 아마 평생 알 수 없겠지.


아아, 사랑받고 싶다


어릴 적 억지로 배우던 성경공부 시간에는 아담과 이브가 등장했다. 그때는 의아했지만 나이가 들어도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는 잘 팔리고, 모두 다 비혼 비혼 하지만 소개팅 어플과 결혼정보회사는 호황이다. 사람들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살림남>을 보며 누구나 비슷함에 묘한 위안을 얻는다. 그런 걸 보면,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예전에는 뭐든 혼자서도 잘하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따위는 안 해도 된다고. 자질구래한 집수리도 혼자 하고, 전구도 혼자 갈고, 여행도 혼자 가고, 밥도 혼자 잘 먹는 게 성숙한 인간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외로울 때도, 적적하고 허전할 때도 누군가를 찾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20대 내내 연애만 하며 살아왔으니 30대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내면의 힘과 독립심을 키워서 무엇이든 혼자 척척 해내고 싶었다. 의지가 의존으로 넘어가지 않기를, 사랑이 일방적인 기대로 치우치지 않기를 바라며.


하지만 지금은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면 되고, 함께 있고 싶으면 좋은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을. 길거리에서 차 사고가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어두운 길목 집에 가는 길이 불안할 때, 고장 난 컴퓨터에 뭐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때, 이번 주에는 뭐 하지 휴대폰을 뒤적일 때, 혼밥이 맛없고 혼자 보는 영화도 재미가 없을 때, 유모차를 정겹게 함께 밀고 가는 부부가 예뻐 보이고 티격태격하는 친구 부부가 부러울 때, 우리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방향을 도모하게 되는 게 아닐까.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는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에밀 리가 등장한다. 그녀는 점심시간에도 빠짐없이 와인을 마시고, 사랑에 매우 관대하며, 가성비보다는 감성을, 효율성보다는 예술성을 따지는 파리지앵들과 어울리며 파리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녀는 파리에서 자신을 알아가듯 진짜 사랑을 찾아간다.


재미있는 건 그녀가 저지르는 수많은 사건 사고 속에는 언제나 섹시한 프랑스 남자들이 뙇! 하고 등장한다. 그녀 혼자였다면 풀어내지 못했을 일도,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 덕분에 극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밝고 재능 있는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그녀를 둘러싼 멋진 남자들 때문이 아닐까.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다. 누군가는 혼자가 편하고, 누군가는 둘인 게 더 좋다. 누군가는 비혼을 추구하고 누군가는 혼자가 싫다.


중요한 건,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어떤 삶의 형태가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을 줄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인생의 방향으로 나아갈지 시도하고 알아보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당신도 부디 자신을 면밀히 탐구하고 관찰하며 자신에게 맞는 삶의 형태를 찾아가길 바란다. 나는 혼자가 아닌 둘의 삶을 찾고 싶다. 누군가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기를. 꼭 결혼이 아니어도 좋다. 중요한 건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 배경사진 Unsplash, Amel Majanov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