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

나야나! 꼽사리!

by 미쓰양푼이

교환 학생 때,

가장 재밌었던 수업은

단연코

U.S-Japan Relations 였다.


원래 국제관계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교수님께서 능동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일본 유명 언론에서

기자 생활을 하시다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석사를 마치시고 돌아오신

교수님의 수업 콘텐츠는 풍부했고,

그분께 배우는 것이 많았다.


종종 호주 남학생들이

교수님 영어실력을

비웃기도 했었는데,

겉으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그 수업은 특히 다른 수업에

비해 역동적이었다.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처음 도착했을 때

'아야나'라는 친구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


아야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많은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일본 여학생이었다.


몇 번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녀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수업을 같이 듣는

아야나의 테니스부

후배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친구들도

아야나 이상으로

붙임성이 좋아서

내가 강의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솔 톤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졸업 후엔 모두

회사 영업부에서

활동할 정도로,

그들의 활기찬 성격은

사회에서도 발휘되고 있었다.


유쾌한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운동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느새

나는 테니스부가 되어

1주일에 한 번씩,

수업이 끝나면

그들과 운동하고,

운동 후엔 다 같이 모여

술을 마셔댔다.


워낙 하이텐션인

친구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에

모일 때마다 즐거웠다.


게다가

그 자리에 항상 함께 있었던

외국인은 나뿐만 아니라

두 명이 더 있었는데

미국인 형제인

잭과 라이언이었다.


정말 단조롭지 않은 모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운동하지 않는 날에도

술자리 모임은

자주 결성되었다.


아야나가 주최 측이 되어

술자리가 생길 때마다

항상 나를 불러주었다.


하지만

어떤 관계든지

단 기간 내에

급속도로 가까워지면

탈이 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났었던 것 일까?

어느 순간 그 모임은

시들시들해졌다.


더 이상 아야나는

나에게 함께하자고

권유하지 않았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려했던

파티에서 막을 내린 것 마냥,

친구들과 웃고 떠드느라

정신없었던

추억의 시간들이

끝나는 순간,



적막해진 그 자리엔

고독한 내가

홀로 서있을 뿐이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친했었냐는 듯이

서로가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와중에,

잭과 라이언 내가 빠진,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테니스부 모임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긴밀했던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가

붕괴되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우리의 관계를

‘한미일 삼각 동맹’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한미일 동맹은

각 나라가 주체적으로

동일한 힘을 갖고

‘상호 협력하는 관계’라기보다,


주체가 되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장의 식빵 사이에,
한국이란 야채가 중간에 끼어서,
굳이 맛없는 샌드위치를
세 개의 나라가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라고나 할까?



항상 그렇게

한국은 미일관계에서

꼽사리 같은 존재인데,

사실 내가

그들 사이에서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달 후,

우연히 라멘집에서

아야나와 마주쳤다.


아야나의 근황을 들어보니

우리가 안 만나는 동안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라이언 때문이었다.


라이언은 누가 봐도

잘생긴 미국인 남학생이었는데,

아야나는 그런 라이언을

좋아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가

다 같이 모일 때도

라인언과 아야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실제로 둘 사이는

깊어지고 있었고,

결국 그것이 즐거웠던

테니스부 모임을

와해시켜 버렸다.

알고 보니 아야나는

라이언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술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나를 불렀다.


그렇게

라이언이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나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아야나와 라이언 관계의

들러리가 되었다.


아야나와 라이언은

나뿐만 아니라

테니스부 멤버 모두를

들러리 시켜놓고,


아야나 기숙사 이웃들에게는

잠 못 드는 밤을

선사했다.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너무나도 시끄러워서

그 둘의 관계가

온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알아버린 그 미일관계도

‘라이언의 바람’으로

지속되지 못했으니,

아야나가 느꼈을 상처는

말하지 않아도 알만 했다.


한미일 관계는

한국이 이용만 당하고

애저녁에 끝이 났다.


미일관계는

한미일 삼각동맹보다는

조금 더 유지되었지만,


‘미국이 일본에게 원하는 것’을

얻자마자

가차 없이

그 두 나라의 관계는

끝이 났다.


이것이

바로 우리 관계의

메커니즘이었다.


파워게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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