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맥도날드의 무시

네가 무시하던 말든 내가 그렇게 안 느끼면 그만이다!

by 미쓰양푼이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친구가 반대편에서

걸어온다.

그래서 인사를 했다.


"Hi!"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친구는

내가 인사하는 것을

무시한 채

똥 씹은 표정을 하고

그냥 나를 지나친다.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을 때,

나와 U.S.-Japan Relations(미일 관계론)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였다.


U.S.-Japan Relations Class Text Book


사적으로

이야기 나눠 본 적은 없지만

다 같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안면을 텄기 때문에

인사를 했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본인 자유이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앞에서 인사를 하는데

대놓고 무시하니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우리 둘 사이에 특별한

사건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이 그랬다.


친구는

미국 백인 여학생이었다.

동양인이라고

무시할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일본에도

오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무시당한

포인트를 알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그 친구를 향한

무감정이 악감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친구를

판단하기 시작한다.


'뭐야! 저 슈퍼 뚱땡이!
맥도날드 맨날 먹고 저렇게 살찐 거야?
못 생긴 게 표정까지 험상궂고,
괜히 내가 자기보다
날씬하니 저러는 거야?
뭐야?
미국에서 온
다른 모델 같은 친구는
먼저 와서 말도 걸고
성격도 좋던데
쟤는 외모 콤플렉스를
왜 여기다 푸는 거야?!'


사람이

별 감정이 없을 땐

어떤 것도

나쁘게 보지 않다가,

감정이 생겨버리니

꼬투리를 잡으며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마치


"정신질환에 걸리고
사회적으로 외톨이인 사람을
쓰레기 취급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라며

쇼 호스트를 총살해버리는

'조커'라도 된 마냥

갑자기 돌변하여

눈에 보이는 대로

그 친구를 물어뜯는다.


"머레이! 당신은 죽어도 싸!"라는 말과 함께 방아쇠를 당기는 조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니

판단의 근거는

오로지 외모뿐이다.


사실 외모를 가지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살이 찌고 안 찌고는

각자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물일 뿐이다.


또한

식욕이 올라

배를 채우는 행위도

각자 삶의 욕구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방식일 뿐인데,

남의 그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권리가

나에게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악감정이 드는 순간,

내 삶의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서

그 사람을 내리 깔려고 애쓴다.


외모든 뭐든

다 까고 봐야 한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참 이중적이다.

못난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남도 그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겠구나 싶었다.


나를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의 단점도

장점으로 봐줄 것이고,

나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장점도

단점으로 볼 것이다.


어차피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이다.


그러니

그런 의미 없는

부정적인 말엔

상처 받을 필요도

휘청거릴 필요도 없다.


그 후에도

그 친구랑은

몇 번이나

복도에서 마주쳤지만

서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학기 말 과제로 제출한

리포트를 교수님께서

채점한 후 배부해 주실 때


우연히

그 친구의 점수를

보게 되었다.


하필 그녀가

대각선 옆에 앉아 있어서

그녀의 점수가

너무 잘 보였다.


그 순간

인사를 무시당했을 때

느꼈던 악감정이

싹 사라졌다.


난 속으로

그 친구에게 말했다.


'너 미국인인데 영어로 쓰는
리포트 나보다 못 쓴 거니?'


나는 A+이었고,

그 친구는 B였다.


나이스!



그렇다.


'너는 나를 무시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에게 무시당하지 않았다.'


네가 무시하던 말든

내가 그렇게 안 느끼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