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캐치볼을 하고 싶어요

환상의 티키타카 캐미를 꿈꾸며...

by 미쓰양푼이

절친했던 중학교 동창이

결혼 후 남편과

이민을 떠났기 때문에

이번 여행지는

친구가 있는 호주로

결정했다.


여행 목적지를 결정하고

항공편을 검색하던 중

중국 남방항공 티켓이

눈에 띄었다.


중국으로 스탑오버를 하게 되면

환승 호텔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매력적이었다.


한 번도 중국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중국 여행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탑승 전 미리

환승호텔을 예약하고

인천 공항에 도착해

티켓팅을 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여긴 중국이다.


티켓팅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중국인이었다.


내 앞사람이

내가 중국인인 줄 알고

나에게 계속 중국말로

이야기를 건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그 말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 말하고 있는데

중간에 그것을 끊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 네버 엔딩 스토리를

다 듣고 나서야 영어로 말했다.


미안해. 나 중국어 못해.


당연히

중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니깐

당황하면서

내 뒤에 가서 선다.


‘친구가 오기로 했는데

안 오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먼저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중에

친구가 오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이

하고 싶었던 말의 의미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웃긴 것이

그 정도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내뱉은 말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출국 게이트 앞에서

탑승 대기를 하고 있는데

데시벨 높은 중국어 대화가

출국장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조금이라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나였더라면

내 머리는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휴가를 떠나는데

휴가가 아닌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중국어를 안 배우길

천만다행이었다.


이해할 수 없으니

시끄러운 소리들이

나에겐

백색소음이 되어 주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벌써부터 대륙의 스케일

느껴진다.


내 앞에 있는 세 여자들의

면세점 쇼핑백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민 가방처럼 큰 비닐봉지에

화장품들이 쓰레기처럼

가득 담겨 있었다.


아직 이곳은

대한민국 인천인데

왕서방 딸들 덕분에

벌써부터

중국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비행기에 올라타니

그 쇼핑백을 좌석 위 칸에 넣을 수가 없어서

왕서방의 스튜어디스 딸들도

그 문제를 갖고 분주하다.


내 앞 여자들이

짐 문제를 처리하느라

나에게 길을 비켜주질 않아

‘여행의 묘미가 이런 것이지’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 구경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물들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으니깐 말이다.

그냥 귀여운 동물들 같았다.



자리에 앉았는데

이번엔 진짜 왕서방이

옆 좌석 친구랑 미친 듯이

수다를 떤다.


비행기 불이 다 꺼졌는데도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나불거린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 것일까?

영화를 보기 위해

헤드폰을 썼는데도

그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기어 들어와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선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덕분에 난

중국에

도착하지도 않은 상황인데

다시는

중국에 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중국은

휴식을 위한 여행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광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10년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었던 도시였기 때문에

손님맞이로 공항 여기저기에

힘을 준 것이 보였다.


인천공항보다도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날 지치게 할 왕서방들이

대거 대기 중이었다.


왕서방들은

내가 중국인인 줄 알고

중국어로 계속 말을 걸었는데,

그들의 대화하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중국어로

말하는 것 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쪽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봐가며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텐데,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막무가내로 계속 밀어붙인다.


그 말이 또

어찌나 장황하던지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한 참을 듣고 있어야

나에게 말할 기회가 생긴다.


그것을 몇 번이나 경험하고 나니

누군가 나에게

중국어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나 중국어 못해!"라며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중국에서 중국 말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왜 중국어로 말 걸어?'

라는 듯이

반응하니

그쪽에서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상대방과 공을 주고받는

캐치볼이 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해할 수 있는 한국말을

하고 있어도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대화하기가 딱 싫어지는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내 앞에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주야장천 뱉어내는 그들에게

나는 점점 히스테리를

부리게 된 것이다.


환상의 티키타카 캐미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나의 욕구

중국 광저우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싶은

중국인들의 욕구

그렇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