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당신이 여행에서 느낀 국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by 미쓰양푼이

오모테 산도에서

같은 고향 출신인 친구와

거의 10년 만에 상봉했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친구가 이라크에 파병 나가기 전에도

만났었던 것 같고,

일본으로 유학 간다고 했을 때도

환송회를 했었던 것 같다.


쏜살같은 시간은

20대였던 우리들을

30대로 만들어 버렸고,

만나지 않았던

10년이란 시간 동안

각자의 인생 스토리는

쌓여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친구의 인생 스토리는

국적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친구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를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누군가는
나를 친일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귀화는
친일과 다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원래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해외로 나가게 되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 긍긍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친구는 운이 좋게

정규직으로 회사에

취업이 된 것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새롭게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 또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했다.


이미 만족스러운 삶을

일본에서 영위하게 되었는데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한국에서 취업하든

일본에서 취업하든

어느 나라에서든

일할 수 있듯이,

국적도 마찬가지다.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곳에서의

국민인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계속 일본에서

살아나갈 것인데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편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


단지, 본인이 속한 사회에서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법적 보호만 필요할 뿐이다.


친구에게

국가란

철저하게 수단이었다.

생존을 위한 수단 말이다.


그런 이유로

귀화를 선택한 친구에게

너는 ‘친일파니?’

'애국심이 없니?‘라고

감히 어떤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반격하는 사람도

애국심이 있어서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나에겐 국가란 무엇일까?’


친구와 헤어진 후

답을 내보려고 한다.

모르겠다.

한 마디로 딱

정리가 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친구처럼 국적을

바꿀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친구에게는

일본이 삶의 터전이듯이

나는 한국이 내 삶의 터전이다.


나는 내 가족이 있는

우리나라가 좋다.


오랜 시간

해외에 나가 있으면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휴일이 주어진다면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 있고 싶다.


생각해보니

한국이란 곳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집이었다.


어딘가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도

결국엔 ‘돌아가야 하는 집’ 말이다.



광저우에 갔었을 때 일이다.

캔톤 타워라는 곳으로

야경을 보러 나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던 길에

지하철 출구를 헷갈렸다.


호텔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와 버린 것이었다.

하필 야심한 밤에

튀는 옷까지 입고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다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내가 나온 곳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으슥했다.

중국인들이 인신매매를

일삼던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영화와 똑같은 장면이

펼쳐지면 어쩌나 두려웠다.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데

그런 상황이 닥치면

주변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대한민국 영사관이라는 곳이

떠올랐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위급 상황 시

연락할 수 있는 영사콜센터 번호가

문자로 날라 왔던 것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영사관에 전화하면 된다.

갑자기 대한민국이라는 존재가

든든한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나에게

국가란

나를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결국 영사관으로

전화할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든든했던 영사관은

그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다.


두려웠던 광저우의 밤길은

국가의 의미를 찾은 것

이상의 것을 선사했다.


국가가

울타리가 놓인 안정적인 집’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세금 내는 것이 아까웠었는데,

당연히 내야 하는

그런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