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 블루스

무언가를 기대하며 갔던 곳에 그것이 없었을 때 당신은 어땠나요?

by 미쓰양푼이

‘헤븐 조선’을 벗어나

‘헬 니뽄’을 기대하고

도쿄로 갔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고독한 도쿄역'이었다.


숙소가 신주쿠였기 때문에

나리타 공항에서

신주쿠 직행 열차를

탈 수도 있었지만,


버스를 타고

혼자 유유자적하며

도쿄역에 들렀다.


도쿄역에서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을

곱씹어 보고 싶어서였다.


Akita International Univ.

홋카이도 밑에 있는

아키타라는 곳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아키타는

이병헌, 김태희 주연 드라마

'아이리스'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로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눈이 이 도시에 관광 포인트이지만, 거주민에겐 힘듦 포인트!


한국인이 드문 시골로 가서

공부에만 매진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도쿄 유명대학이 아닌

아키타에 위치한 학교를 선택했다.


도서관이 학교 마케팅 포인트! 내가 이곳에 간 이유 중에 하나기도 한


게다가 그곳은

영어로 수업을 하는

국제학교였기 때문에

나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키타에서

생각지도 못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시골이랑은

안 맞는 뼛속 깊은

'도시 여자'였던 것이었다.


도시를 사랑하는

나에게

겨울에는 눈만 내리고

그 외엔 주구장창

비만 내리는

고립된 시골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매일매일 비가 오는 그런 곳에서

학업에만 매진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런던이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듯이



일본 안에서

이 시골의 악명 높음은

런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았었다.


아키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맑은 날

그렇게 꾸역꾸역

아키타에 적응을 하다가

'골든 위크'라고 불리는

휴가가 찾아왔다.


골든 위크는

5월 초 1주일 동안

일본이 전국적으로 쉬는

휴가기간이다.


1주일간

학교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이 시골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키타를 떠나

내가 사랑하는 도시인

도쿄로 향했다.


같은 시기에

일본으로

교환학생 온 친구들이

도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만나니

그들 역시도

각자의 고충들을 안고

타국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우리들의 짧은 만남이

더 달콤했던 것 일까?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들과

내가 나누려는 우정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 줄

이성 간의 따뜻함으로

착각이 될 정도로 말이다.


도쿄에서 아키타로 돌아가는 신칸센 안, 하필 그날 비까지 내렸다


도쿄의 화려한 불빛 아래서

우리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떠들던

친구와 나는

어색해진 순간을

무마시키고

아무렇지 않게

작별 인사를 했다.


손을 흔들면서

내 눈의 초점도 흔들렸다.


내 시선은

친구의 얼굴이 아닌

저 너머로

홀로 우뚝 서있는

도쿄 타워에

꽂혔다.



아키타로 가는

신칸센을 타기 위해

도쿄역에 도착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난 것만 같은

수치심을 느끼며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이 도시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

시골을 떠나 왔을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고독한 도쿄역이

점점 내 눈에서 멀어질 뿐이었다.



7년 만에 찾은 도쿄역은 변해있었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 것만 같은

고독한 도쿄역을 기대했지만,

따사로운 햇살 아래

활기 찬 도쿄역 만이

나를 반길 뿐이었다.



군국주의 시대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1914년에 개장된

예스럽던 역 건물도

신식 건물에 가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서울역이 변했듯이

도쿄역 역시 변해 있었다.


변하지 않았던 것은

내 머릿속 도쿄역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