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저와 같은 관심종자입니까?
이직이 결정 났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퇴사 후
새로운 곳으로 입사하기까지
1 달이라는 휴식이 주어졌다.
'시간이 있다면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한창 바쁠 때의 생각일 뿐이다.
막상 여유로워지면
휴식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한다.
하루 종일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에게
일이 없는 1 달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불편하고 우울할 것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이렇게 오래 쉴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22살. 부푼 꿈을 안고 1달 일정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다.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설레었다.
하지만 10일 정도 지났었나?
아직도 그 순간이 기억난다.
여행에 지쳐서
집에 가고 싶어 하던 순간 말이다.
힘들 것이라고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하루 정도는 숙소에서 쉬면서
유유자적하게 보냈으면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무리한 일정 때문이었는지,
낯선 곳에서 혼자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는지,
20대 초반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혼자 떠난 유럽에서 한 여행을 통해,
나 스스로를 규정했다.
집에 있을 때는 막상 집이 좋은지 모르다가도,
밖에 나가면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순기능일 뿐인 것이지,
그렇게만 느끼는 사람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면서
그 장소에 몰입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관심받는 목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일 뿐.
혼자 여행을 갔기 때문에
삼각대를 들고 갔었다.
그 삼각대를 갖고 연출된 사진들을
수도 없이 찍어댔다.
여행하는 내내 숙소로 가서
싸이월드 할 생각만 가득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허세샷들을
바로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내 온라인 일촌들이
나를 보고 있다.
‘난 너희들과는 좀 달라’
라는
치기 어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유럽을 즐기고 있지도 않은데
즐거운 척, 행복한 척
그렇게 가식을 떨고 있었다.
그 후로 삼각대로
혼자 찍은 것 같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조차 난 참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여행을 좋아하는 건지,
관심종자 짓을 좋아하는 건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여행은 무조건 옳다고 올리는 사람들에게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면서
난 왜 그 옳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을
또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내 여행의 테마를 정했다.
순전히 여행만을 목적으로 떠나면
몸은 그곳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내 마음과 머리는
또 한국을 향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