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헬조선(Hell, 지옥)에서 살고 있습니까?
1달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마음의 여유는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주변의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들어 준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때만큼은 평소에 찾을 수 없었던
여유와 평안함을
갖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주일 후면 퇴사할 회사로
출근을 하기 위해
'테헤란로'를
지나가는 중이었다.
'이 도로가 원래 이렇게 아름다웠나?'
도로변에 빼곡히
심어진 나무들 덕분에
테헤란로는 참으로 이뻤다.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푸른 나뭇잎들이
나를 상쾌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현모양처가 꿈이면서
소녀 같던 우리 엄마가
어린 남매를 키워내겠다며
고군분투하시던 곳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나무들은
엄마가 심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며,
그 나무들로부터 무럭무럭
잘 자라나고 있는 푸른 나뭇잎들은
우리 남매의 모습과도 같다.
이 거리가 내 눈엔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서 본 적 있었던
이 아름다움을 기억해낸다.
파리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동안 사람들이
왜 그토록
'파리'를
예찬해왔는지
이해가 됐었다.
특히 쫙 펼쳐진 샹젤리제 거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거리의 푸르름은
마치 우리들의 젊음과도 같다.
그 거리의 파릇파릇함은
테헤란로에서도
잘 구현이 되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것이었다.
마침 유럽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라는 메시지와 함께
'아름다운 테헤란로'를
영상에 담아 전송했다.
'이제 보니 한국도 아름답구나'라는
답장을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테헤란로에서 선사받은
마음의 힐링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순간이었다.
이 아름다운 곳이
지옥처럼 보이는 그 시선이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 친구가 말하는
바로
일뿐이었다.
'헬조선은 노답'이라고 말하던 친구는
인스타그램 속 알프스 산 정상에서
패기 있게 태극기를 펼쳐 들었다.
자신은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란
부연설명과 함께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유럽 여행 사진을
신나게 도배하는 '헬조선에 사는
우리의 대한건아 씨'에 대한
팔로잉을 취소했다.
줏대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헬조선'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신은
헬조선(Hell, 지옥)에서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