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보조 배터리 화재
27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긴 설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연휴가 길어지면서 국내외 여행지로 떠나시는 분들도 많았지요. 특히 설연휴 동안 인천공항에만 214만 명이 몰릴 거라는 소식과 함께 입출국 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꿀팁까지 공유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계획을 잡고 예약해 놓은 오늘만을 기다리며 힘든 일상을 버텨냈을 누군가. 모처럼 귀한 시간을 내어 떠나는 여행길이 얼마나 기대되고 설렐까요? 예쁜 옷가지와 신발들, 여행지에서 쓸 물건들로 가득 찬 캐리어가 무겁기는커녕 발걸음이 사뿐사뿐 가볍습니다. 인파가 몰린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 해도 견딜만합니다. 곧 가족들과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두근대는 여행의 시작이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아침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남편이 혀를 찹니다.
"비행기 불났대! 에어부산. 어떡하냐."
"아유, 큰 사고 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무슨 사고야..."
시어머니까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궁금한 미쌍이는 뉴스 기사를 얼른 열어보고 싶지만 우선 며느리 본분에 충실하기로 합니다. 걱정을 더 얹어 보탠다 해도 벌어진 사고에 바뀌는 건 없으니까요. 차례상에 이어 식구들 아침상을 물리고, 막내 담당인 설거지까지 뚝딱 해치웁니다.
과일을 입에 넣으며 기사를 열었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화재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보조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추정된다는 기사와 함께 관련된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홍콩을 향해 출발하려던 항공기는 선반 속 짐에서 시작된 불로 상부가 전소되었습니다. 뻥 뚫린 천장 사이로 기내의 일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네요.
비정상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짐을 챙겨 탈출하려 했다는 몇몇 승객들에 대한 목격담. 승무원들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과 더불어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열어 비상 탈출했다는 기사까지. 미쌍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항공기 안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습니다.
실제로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는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보조배터리뿐만 아니라 좌석 사이에 휴대폰이 낀 상태로 등받이를 조절하다가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왕왕 발생하는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은, 대부분 초기에 발견되어 불씨가 커지기 전에 진압됐기 때문입니다.
미쌍이의 기억 저편, 고장 난 휴대폰 하나가 떠오릅니다. 전원이 꺼지지 않고 점점 뜨거워지던 폴더용 휴대폰. 한 승객이 이상하다고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답니다. 갤리(Gally)로 들고 온 휴대폰 버튼을 아무리 눌러봐도 먹통이네요. 파손이 있었는지 액정은 다 나간 상태이고 휴대폰은 계속 뜨거워집니다. 제 휴대폰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해당 승객은 알아서 처리해 주십사 승무원을 바라봅니다. 승무원들은 결단력 있게 얼음을 담는 아이스 버킷(Ice bucket)에 휴대폰을 넣고 물을 부어버립니다. 불씨가 될 수 있는 근원을 차단하는 것으로 사고를 예방했습니다.
이처럼 화재 사고는 초기에 발견하며 빠르게 진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공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고들 중 기내 화재 상황은 '선조치 후보고'를 강조할 정도로 촌각을 다투어 진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는 승무원들이 훈련을 받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평상시에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소화기 위치와 사용법은 말할 것도 없고요. 미쌍이가 지하철을 탈 때 소화기 위치부터 확인한다면 설명이 조금 될까요? 어떤 연유로 이번 사고가 불씨를 키우게 되었는지는 조사가 이루어지면 밝혀질 것입니다.
매년 비상탈출과 비상상황에 대한 훈련을 받는 승무원들이 초등대처를 미흡하게 하지는 않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무안공항 사고의 여파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런 큰 사고가 이어져 안타까울 뿐이지요. 어쩌면 단순한 화재 사건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일. 작은 불씨를 키우고 비상탈출까지 감행했던 사건의 전말이 명백히 드러나길 바랍니다.
더불어, 1시간이 넘도록 잡히지 않은 불길이 다른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안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비행기 탈 때 보조배터리는 용량과 수량을 잘 확인하고 전원 상태와 접지선 등 자가 점검 후에 가지고 타자고요.
한국인의 대명절 설날에 좋지 않은 소식이 있었지만 큰 피해 없이 사고가 마무리되어 다행입니다. 남은 시간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