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공에서 맞이한 죽음

비행기 안에서 사람이 죽었다?

by 미쌍이

오늘은 저의 경험이 아닌 동료가 겪었던 일을 적어보려 합니다. 잠깐의 일화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겠지만 강렬했던 그때의 인상을 끄집어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염려되는 바가 있다면 제가 겪은 일이 아니기에 현실감이 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저의 필력이 부족한 탓이니 이점 염두하시고 너른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장거리 비행은 승객들은 물론이거니와 승무원들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중, 장거리 비행의 경우 승무원들에게 휴식시간이 보장됩니다. 비행시간에 따라 휴식시간도 조금씩 달라지기에 승무원들은 서비스 시간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비행시간이라도 서비스를 빨리 끝내면 휴식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주어지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12시간짜리 비행이라면, 서비스(두 번의 식사와 간식 제공)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이 4시간이라면 두 시간씩 교대로 쉬게 되는 것입니다. 식사 서비스 진행 속도에 따라 플러스알파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미쌍이 승무원은 앞전에 쉬고 나왔습니다. 얇은 이불을 감싸고 잠이 까무룩 들었나 봅니다. 인기척에 깨보니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갔습니다. 꿀 같은 휴식 시간이 그렇게 끝난 것이지요. 벙커(Bunker, 승무원들이 휴식 공간)를 빠져나오자마자 곧장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튀어나온 잔머리도 정리합니다.

업무를 하고 있던 승무원과 교대하면서 특이 사항이나 주의 사항 등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제 미쌍이 승무원의 업무가 시작된 것이지요. 두 시간 동안 담당 구역을 돌아보고 두 번째 식사를 준비해 두는 게 주된 업무입니다.

조명이 꺼진 어두운 기내에 윙윙 엔진 소리만 고요하게 울립니다. 밤 비행이라 승객들이 대부분 잠에 빠져있습니다. 간간이 깨어 있는 승객들은 조용히 영화를 보거나, 그저 뒤척이거나, 복도를 어슬렁댑니다.

미쌍이 승무원은 복도를 거닐며 담당 구역을 돌아봅니다. 별다를 것 없는 무난한 비행입니다. 곧 있을 두 번째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앞치마를 갈아입는데,

'띵!'

호출 버튼이 울렸습니다. 보통은 잠결에 뒤척이다가 잘못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어디선가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서둘러 해당 좌석으로 가보니 승객 한 명이 무슨 일인지 허둥지둥합니다.


"손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그게... 남편이 숨을 안 쉬어요!"

"네에? 언제부터요?"

"그냥 자는 줄 알았는데.... 흐흑!"


비상 상황입니다. 인터폰을 들어 이 상황을 모든 승무원에게 전달하고 의사를 찾는 방송을 합니다. 승무원 몇 명이 비상시에 쓰는 장비들을 챙겨 왔습니다. 막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1, 2, 3, 4.... '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던 의사가 다가왔습니다. 승객을 살펴보더니,


"OO 년 O월 O일
오전 5시 30분 사망하셨습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비행기 복도에서 사망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이 사망 선고는 의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행기에 의사가 탑승하지 않았다면 승무원들은 비행기가 지상으로 내려가서 공항 응급 구조대에 환자가 인계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어쩌면 의사가 타고 있는 이 상황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검은 본래의 좌석에 앉은 자세로 모셔졌습니다. 좌석 벨트를 채우고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어둡니다. 그렇게 고인은 3만 5천 피트 상공에서 임종을 맞았습니다. 옆에 자리한 아내만이 숨죽여 울고 있습니다.

비상 상황을 마무리한 승무원들은 다시 각자의 담당 구역으로 돌아갑니다. 평소처럼 두 번째 식사가 준비되고 미쌍이 승무원은 식사 카트를 밀고 복도로 나왔습니다. 담요를 덮은 주검을 옆에 두고도 승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시작합니다. 그저 원래의 일상을 살던 것처럼 덤덤하게.

그렇게 죽음은 꽤나 우리들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6화주의, 비상상황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