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쿠킹 클래스를 취소하며 :(
오랜만에 글을 써요.
거의 보름이 넘게 글을 쓰지 못했어요. 변명을 대자면 끝도 없죠 뭐. 먼저 7월 말부터 바로 며칠 전까지 끊임없이 왔던 비. 그 기나긴 장마(인지 우기인지)때문에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빗소리가 들려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정말이지 파란 하늘과 햇살이 너무 그리웠어요. 또 어학원 수업이 꽤 바빠지기도 했고, 알피의 스케줄에도 변화가 생겨서 함께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기도 했고요. 바로 멕시코 가정식 오픈 키친이었어요. 과거형인 이유는 코로나 사태가 점점 또 심각해져서 취소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에요. 정말이지 코로나. 하.. 코로나..
오픈 키친은 알피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생각해왔던 거였어요. 그리고 지난 6월부터 다이애나 할머니의 레시피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불어났어요. 그래서 8월 말에 소규모 쿠킹클래스를 열기로 하고 알피와 시간이 될 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구상을 했어요. 포스터를 만들어서 인스타에도 올리고요. 생각보다 인원이 금방 모아졌어요. 이제 필요한 재료들을 미리미리 주문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엊그제 집에 오는 길에 인터넷 기사를 보니 코로나가 심상치 않은 거예요. 소규모이지만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보니 취소를 할 수밖에요. 그게 어제였네요.
제가 온갖 핑계를 대며 글을 쓰지 못하는 지난 보름 동안에도 알피는 꾸준히 멕시코 요리를 만들었어요. 며칠 전 저녁에는 집에 오니 알피가 직접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또띠야를 구워 빠누쵸를 만들어줬어요. 배부르게 먹고 행복해져서 "고마워 알피야"하고 말하니 알피가 뭐랬는지 아세요?
"Don't thank me. Write about it!"
(고마워하지 말고 글을 쓰란 말이야)
네.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애초의 이 프로젝트의 컨셉은 알피가 요리를 하고 저는 그 요리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거의 이 주 동안 얻어먹기만 하고 글을 쓰질 않으니 이건 계약불이행이죠. 그래서 지난 며칠 노트북을 펴놓고 뭔가를 써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영어회화 수업 때 쓸 자료 서칭을 한다는 핑계로 넷플릭스에 빠져들었어요. 그런데 쿠킹클래스를 취소하고 티는 내지 않아도 실망했을게 분명한 알피를 생각하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운을 북돋아주어야 할 것 같아요.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는 거예요. 다이애나 할머니의 멕시칸 레시피 프로젝트는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Spread stories, not the virus.
(이야기를 퍼뜨리자. 바이러스 말고!)
다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글을 쓸 거예요. 그동안 알피가 만들었던 레시피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해드릴게요. 앞으로 만들 수많은 음식과 웃음과 도전도 함께요.
무더운 여름, 우리 모두 힘내서 또 한 뼘 자라나요.